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상 방문해 살만 사우디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왕실 지도부를 만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현지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시리아 내전‧예멘 사태‧이란과 갈등‧걸프 해역의 안보 등 중동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왕실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은 푸틴 대통령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맞았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날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우호를 증진하고 특히 농업, 항공, 보건, 문화 분야에서 20건의 협약과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로 합작 법인 30개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RDIF)와 사우디(SALIC)의 국부펀드가 러시아의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을 공동 조사하기로 했다.
또 사우디 정부는 러시아 기업에 건설‧부동산 개발‧정보기술(IT)‧금융 컨설팅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면허 4건을 승인했다.
살만 국왕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중동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는 점을 높이 산다”며 “푸틴 대통령과 테러리즘 대처뿐 아니라 중동의 안보‧평화‧경제 성장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사우디를 좋은 우방이라고 여긴다”며 “사우디가 관여하지 않으면 중동의 현안 어느 것도 진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과의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도 논의했으며 이 분야의 양국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의 사우디 수출 문제가 거론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무것도 얘기할 게 없다. 계획은 있다”고 말해 관련 협상이 계속 진행 중임을 알렸다.
페스코프는 또 국제 원유 시장 조율과 관련해서도 양국의 대화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서의 러-사우디 간 대화 효율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의 맹방 사우디를 찾아 밀착을 과시한 이날 공교롭게 미국은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번 방문으로 러시아가 중동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 미국은 실익이 나지 않는 중동의 무력 분쟁에서 발을 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군의 철수 직후 터키 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은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고 터키에 맞서기로 했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은 내전 기간 미국의 지원 아래 이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주도했고 시리아 정부군에 맞섰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의 경쟁국 이란의 우방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는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을 조절해 유가를 통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