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의료인 폭력근절 대책, 효과있을까?

의협의 의료인 폭력근절 대책, 효과있을까?

시민단체 “근본 해결은 의료제도 개편”

기사승인 2019-11-14 02:00:00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인 폭력근절 대책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법상 반의사불벌죄 폐지 ▲진료거부권 법적 명시 ▲환자가 진단서 등 의학적 소견 실린 문서를 허위작성·변조 요청 시 처벌규정 신설 ▲진료실 내 대피공간, 대피로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연이어 발생한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견해는 좀 다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협의 주장은 민원처리 차원에서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국민건강을 위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맥락은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제도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한국의 의료시장화가 가속화되면서 돈 많은 부자 의사, 국민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들도 지역 병원의 감염사고 등에 대한 불만으로 자본력이 있는 대형병원만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장 논리에서 살아남는 건 자본축적이다. 자본축적에 실패한 상당수는 보호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만이 의료인 폭행 등에 대한 답이라는 게 정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공적보험이 존재하지만, 공적인 공급은 없는 이상한 나라”라며 “주치의 제도나 의료회송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도 “의사라고 더 특수하고 불가항력적으로 폭행에 노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폭행에 노출되는 빈도가 어디가 더 많은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료거부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폭행이나 폭언을 저지를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이전에 폭언이나 폭행을 했다는 근거가 사전에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의료기관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해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을 가능성 등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협의 주장을 보면 환자와 의사 간 신뢰 관계를 저해할 요소들이 많다”면서 “폭력에 대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유독 의료인의 주장만 관철하려는 행동에 대해 국민의 타협이 필요하다. 타 직업과 비교해가며 어느 정도로 의료인을 보호해야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의협의 입장에 동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공의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 중 하나가 환자·보호자와의 관계였다. 대전협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나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게 맞다. 지난해 진단서를 고쳐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칼로 위협한 환자도 있었다. 이 자리에 있던 전공의는 트라우마로 병원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래진료실이나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전공의를 보호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상해를 입혀도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낮다. 처벌조항 강화와 함께 예방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료거부권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환자 혼자 치료받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다른 환자가 치료받지 못한다면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다. 다만, 의사가 환자를 선택할 권한까지 발전할 수 있어 다각적인 검토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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