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아베신조 총리와 핵무기 폐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사형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도쿄돔에서 5만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를 마친 뒤 아베 총리를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전날 방문한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히로시마와 관련, 원폭에 의한 파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핵 문제를 한 국가가 아닌 다자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민족 간, 국가 간 분쟁은 가장 심각한 경우라도 대화를 통해서만 유효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각 나라와 각 민족의 문명은 경제력이 아니라 곤궁한 사람에게 얼마만큼 배려하는지, 그리고 출산율이 높은지와 생명을 키울 능력이 있는 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교황이 세계 경제 격차의 확대와 일본 등에서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은 “특권적인 극소수의 사람이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반면에 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지구는 우리가 젊은 세대로부터 빼앗는 소유물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 봐야 한다”며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일본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면서 “벚꽃의 덧없음이 우리 공통의 집인 지구의 취약함을 떠오르게 한다”고 비유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내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선 “인류 전체의 행복을 구하고 연대 정신을 기르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사형제에 대해선 “생명을 지키고 인류 전체의 존엄과 권리를 한층 존중하는 사회질서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는 말로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교황과의 만남에서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과 바티칸은 평화, 핵 없는 세계의 실현, 빈곤 퇴치 등을 중시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교황청과 일본 정부 간의 협력 확대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은 2014년 6월 아베 총리의 교황청 방문 당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