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업계의 경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신년인사회가 이달 들어 화학과 철강, 기계 업계 순으로 개최됐다. 업계는 행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상시화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세계적인 경제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8일과 10일, 15일 한국 중후장대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한국철강협회, 기계산업진흥회가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업계는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와 경제 저성장에 변화와 혁신을 통한 역량 강화를 다짐했다.
지난 8일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 지하 2층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3년의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지나 본격적인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부가 첨단 화학 사업으로 전환하고, 환경안전 규제와 세계적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하는 변화와 혁신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문 회장은 올해 석유화학 업계가 재도약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전략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올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범용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고부가 첨단화학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또 적극적인 R&D를 통해 우리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시적으로 커지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에 대응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민·관 통상정책에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도 필요할 것”이라며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올해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변화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해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업계의 혁신 노력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 차관은 “정부는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R&D 등 화학기업의 고부가 화학소재 자립화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업계의 투자가 적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용지와 전력, 용수 등 투자애로 해소 및 인프라 마련에 나서겠다. 업계 또한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변화와 혁신을 제시한 것은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한국철강협회 회장은)은 10일 1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4층에서 열린 ‘2020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올해 철강 산업은 신흥국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 조치’·‘1%대의 철강 수요 저성장’·‘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4가지 혁신안으로 ▲내수 시장의 육성과 해외 수입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통한 수출시장의 개척 ▲자원순환경제의 핵심소재인 철의 친환경성에 대한 홍보와 적극적인 환경개선 노력 ▲미래성장을 위해 AI를 활용한 철강 산업의 지능화 추진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한 솔루션과 대·중소기업 협력모델 구축 등을 제시했다.
신년사를 마치며 최 회장은 “미중 무역 분쟁 협상 진전을 비롯해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라며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유능제강’(柔能制剛), 즉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유능제강의 자세로 철강 생태계 강건화에 힘쓰자”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18시 63컨벤션센터 열린 기계업계의 ‘2020 기계산업인 신년인사회’에서도 혁신을 통한 4차산업혁명 대응 역량 강화가 화두였다.
현장에서 손동연 기계산업진흥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은 기계 산업에 더 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는 글로벌 기계장비산업 육성과 기계산업 수출시장 다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역량 강화를 중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손 회장은 글로벌 기계장비산업 육성을 위해서 “경쟁력강화를 위한 R&D혁신에 주력하며, 글로벌밸류체인 분석(GVC), 소재·부품·장비 통계의 글로벌화, 신뢰성 보장을 위한 금융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계산업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그는 “신남방 및 신북방 국가를 중심으로 맞춤형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미·중·EU 등 주력시장에 수출하는 기계장비를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할 방침”이라며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확대를 위해 새로운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손 회장은 “디지털제조장비 전문 인력 양성 및 보급을 확대하고, 제조현장의 디지털화를 촉진함으로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