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는 것이 ‘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김은 아시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외국인들에게는 인기가 없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한국 방문 시 꼭 사야 하는 필수 품목 중 하나가 김이라고 각종 SNS는 전한다.
문헌을 보면, 김은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 후 《경상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우리의 좋은 먹거리 중 하나인 김은 ‘바다의 이끼’라 하여 흔히 해태(海苔)라고 불린다.
‘바닷가의 바위에 입혀진 옷’ 같다고 하여 해의(海衣), ‘ 단맛이 나는 곽향풀’을 닮았다 하여 감곽(甘藿), 감태(甘苔)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의서에 쓰인 한약명은 자채(紫菜)이다.
‘음식(飮食)이 곧 건강(健康)을 지키는 약(藥)’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원리를 담은 한의학 서적인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위로 치밀어 오르는 열기(熱氣)로 인한 인후통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치료한다"고 김의 효능에 대해 쓰여 있다.
熱氣煩塞咽喉,煮汁飮之 《食療本草》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김은 맛이 달고 성질은 차가우며 독은 없다. 토하고 설사하며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고 치질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甘,寒,无毒...病瘿瘤香港脚者,宜食之《本草綱目》
의서에 기재된 이런 김의 효능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마른김에는 단백질 36%, 지방 0.7%가 함유돼 있고, 칼로리는 165kcal로 낮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해 콩의 단백질 함유량과 비슷하다. 비타민A, B1, B2, B12, C가 풍부할 뿐 아니라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마른김에는 눈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인 로돕신(Rhodopsin)을 생성하는 비타민 A가 당근에 비해 약 3배, 시금치에 비해서는 약 8배 이상이 많다. 포도당의 대사를 촉진시켜 주는 비타민 B1 또한 계란보다 약 10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김은 우유에 비해서도 20배 이상 많은 비타민B2를 함유하고 있으며, 건강한 피를 생성하는 조혈작용을 가진 비타민 B12 역시 다량 함유되어 있다.
괴혈병을 예방하고 체내의 독성물질을 완화시키는 효능의 비타민C가 다량 들어있는데, 이는 귤이나 레몬보다 많은 비타민 C의 양이다.
양배추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U는 궤양 치료물질로 주목받고 있는데, 비타민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지만 사실은 비타민이 아니다. 비타민U라 불리는 MMSC 성분은 궤양(Ulcer)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비타민은 아니지만 비타민처럼 중요한 작용을 하는 궤양(Ulcer) 치료물질이라 하여 비타민U라 불린다.
김에 함유된 비타민U 함량은 양배추의 70배에 달한다. 마른김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됨은 물론 지방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켜 당뇨병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식이섬유는 체내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의 합성을 막아 콜레스테롤이 체내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체외로 배출되게 한다. 또한 발암물질을 흡착해 배설시켜서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음식이 체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여서 변비를 예방한다.
김의 다른 성분인 알긴산 또한 변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알긴산은 체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준다. 체내 카드뮴 등 중금속까지 함께 배출시키는 효과도 있다. 특히 특정한 방사성 물질과도 반응해 배출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맛의 측면이나 영양학적인 면을 고려해도 완벽한 음식이 ‘김’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