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한국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의 가격을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업종 특성상 후판의 가격이 인상된다면 업황이 좋지 못한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과거부터 조선업계와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보면서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철광석 가격 급등 등 세계적인 철강 시황 악화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은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4월 톤당 80달러대를 유지하다가 8월 121.2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소폭 하락했으나 80달러 후반대에서 9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철강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019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2% 감소한 3조8689억원에 그쳤다. 현대제철은 무려 67.7% 줄어든 3313억원을 기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최근 2년간 고통분담 차원에서 후판가격을 동결해왔다”면서 “조선업계 역시 세계적으로 철강 시황이 꺾이는 상황에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면 후판가 현실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가격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3사 모두 지난해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고, 최근 신규 수주 역시 실적에 포함되려면 최소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세계 교역 축소 여파로 글로벌 조선 발주량은 40% 가까이 급감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실적 71억달러로 지난해 목표치(78억달러)의 91%를 채웠지만, 대우조선해양은 68억8000만달러(83.7억달러)로 82%를 달성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120억달러(159억달러)로 수주율이 75%에 그쳤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업종의 특성상 원가 반영이 어렵고, 현재 시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선업 업황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이상 가격 인상은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서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탓에 물러설 자리가 없고, 철강업계 역시 전 세계적인 철강 시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양측의 상황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 더욱 어려워 보인다. 양 업계가 견해차를 좁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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