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사내식당 근로자가 지난 29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확진 소식에 삼성전자는 사내식당을 폐쇄한 후 방역조치를 취하는 등 사태확산 방지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확산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화성시에서 5번째 확진판정을 받은 사내식당 근로자는 앞선 28일 확진판정을 받은 화성시 3번 확진자 A씨의 아내다.
A씨는 지난 22일 기침, 두통 증상이 시작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때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상이 발현한 것으로 여겨지며 잠복기 동안 A씨가 접촉한 이들도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29일 확진판정을 받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사내식당 근로자 B씨다.
삼성전자는 B씨의 남편 A씨가 확진판정을 받은 28일 사내식당을 폐쇄하고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A씨가 증상을 보인 22일 이후에도 B씨는 수많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용하는 사내식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때문에 B씨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이들과 조리한 음식물 혹은 사용한 조리도구 등이 감염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즉 이 기간 사내식당을 이용한 모든 이들이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마스크는 근무 중에는 착용하더라도 식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B씨는 조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전 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그나마도 마스크와 위생장갑 등을 착용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삼성전자는 해당 사내식당 직원들 이외 접촉 가능성 있는 타 직원들에 대한 세부적인 조치 여부가 알려진 바 없는 가운데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라인의 대부분이 자동화된 상태이고, 방진복을 입은 근무자들도 대부분 간격을 두고 근무해 전염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사내식당을 즉시 폐쇄하고 긴급방역을 실시했다. 또 B씨와 함께 근무하는 사내식당 직원들도 자가격리 조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들로부터 서비스를 받았던 수많은 직원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밝힌 바도 알려진 바도 없다.
다시 말해 식사시간이나 출퇴근 시 감염원에 노출됐을 경우의 수는 간과됐다. 바로 이 부분이 자칫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삼성 측의 정보공유도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당국에서는 최근 확진자들의 세부동선과 마스크 착용 여부까지 공개하는 등 정보공유를 통해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개인정보보호 등의 사유를 앞세워 정보공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보다 자신들이 우위라는 식으로 자체 방역과 대응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관계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일부 공무원은 "삼성전자 측에 정보를 요청해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전달하고 있다"라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토한다.
일각에서는 "수천 수만 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여건상 삼성측은 지금이라도 해당 근로자와 접촉한 이들과 조리대 혹은 조리도구 등을 포함한 모든 동선을 공개해 자칫 잠복기에 놓여 있을 수 있는 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행정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면서, "확진 판정 즉시 회사, 업무 등 B씨의 주소지인 화성시에 모두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B씨와 관련해 화성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는 삼성측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B씨의 출근 날짜다. 화성시 홈페이지에는 B씨가 28일까지 출근한 것으로 게시돼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26일까지 출근했다고 주장한다.
확진자 동선이 27~28일 2일이나 차이가 난다. 질병관리에 구멍이 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반드시 사실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화성시 3번 확진자 A씨와 5번 확진자 B씨의 자녀들도 모두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이들의 접촉자들로 인한 또 다른 대규모 추가확진도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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