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결별 수순… 코로나19 영향으로 디커플링 본격화

美·中 결별 수순… 코로나19 영향으로 디커플링 본격화

기사승인 2020-05-15 16:23:09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코로나19로 중국과 미국의 결별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구촌 정치·경제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1970년대에 ‘닉슨 독트린’으로 냉전을 청산한 후 40년간 협력을 확대했지만 오늘날 미국 정책 설계자들은 중국과 경제적·지정학적 대결에 몰두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FP는 이를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그레이트 디커플링)이라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으며 노골적인 중국 때리기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며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는 중국과의 경제적 결속을 끊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사슬 자체를 바꾸기 위해 ▲국가안보와 연관된 기술에 대한 수출규제 ▲추가 고율관세 ▲중국 내 미국 생산기지의 귀환(리쇼어링) 강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FP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폭발적 추진력을 얻는 분위기”라며 “미국의 이런 노골적인 보호주의 기조는 다국적 기업의 생산시설 이전 등 사업 모델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 예상했다.

중국도 자신들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 구축을 위해 아시아·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BRI)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 친미 국가로 구성된 ‘경제 번영 네트워크’를 구축, 맞불을 놓는 구상을 대응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내 서방 기업들이 비용을 문제로 자국으로 유턴하지는 못하더라도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친미 네트워크로 이전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죌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좋지 않은 흐름”이라며 “과거와 같은 세계화는 다시 경험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죌릭 전 총재는 “만약 또다른 팬데믹, 환경, 금융 문제, 이란이나 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미중관계가 없다면 그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결별한다는게 본질적으로 중국의 행위를 멈추게 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며 “중국은 그냥 미국이 요구하는 질서에 덜 신경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술 사용에 제동이 걸리고도 잘 적응해나가는 중국 기업 화웨이의 사례를 제시했다.

한편 FP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중국과의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낮아질 순 있지만 이러한 흐름 자체가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FP는 “미국 내에서도 일자리 보호나 안보를 위한 중국 견제 논리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닉슨 시대 이후 지속된 ‘전략적 포옹’은 이미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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