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스마트장기요양’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요양보호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앱이 새롭게 개편됨에 따라 기존에 이용하던 앱은 지난 20일부로 사용이 중지되고 23일부터 새 앱을 사용하게 됐는데, 운영 첫날부터 접속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들이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스마트장기요양 앱이 개편 후 첫 정식 서비스 운영에 들어갔지만, 서버 불안정과 접속 과부하로 인해 앱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접속은 가능하나 사용자가 몰리면서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앱스토어에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자택에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면 급여제공기록지를 작성하는데 이번에 모바일 앱과 전자태그를 통해 전송·관리할 수 있도록 개편이 추진됐다. 하지만 앱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정상 작동할 때까지 모두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기존에는 업무를 마치고 나면 기록지에 서비스 활동 여부와 요양보호사 서명만 하면 됐는데, 개편한 앱은 서비스 수급자나 보호자의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와상 환자 등은 서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서명을 받지 못할 경우엔 그 사유서를 건보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A씨는 “신규 앱 실행 오류로 월요일 새벽부터 고생하고 있다. 서비스 종료 태그 시 어르신 서명을 하도록 했는데 서명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건보공단은 설명이 없다”며 “이제는 앱 접속조차 안 되고 통합재가서비스 수급자 목록에 명단이 뜨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B씨는 “혼자 사는 어르신, 팔에 힘이 없는 어르신, 성격이 예민한 치매 어르신 등 다양한 수급자 유형이 있는데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밀어붙인 탁상행정 때문에 요양보호 서비스 현장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편 앱의 정식 서비스 이전부터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건보공단 자유게시판에는 앱 오류로 인한 불만과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게시자는 “기존 앱과 새 앱을 한동안 병행 사용하면서 천천히 기존 서비스를 종료하고 신규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했다”면서 “최소한의 유예기간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기존 앱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했다.
당국이 장기요양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국내 요양보호사들의 평균 나이는 60세로 디지털 사용에 취약한 연령층인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장기요양기관 종사 인력 중 요양보호사는 2023년 12월 말 기준 61만69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7세다. 2019년 평균 나이가 58.5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약 68.9세, 20년 후에는 약 76.1세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복지사 C씨는 “요양보호사들은 대체로 고령인데 하루아침에 새 앱에 적응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라면서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공단의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짚었다.
건보공단 측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상화되는 대로 재공지하겠다”면서 “앱 지연으로 급여제공기록을 전송하지 못한 경우 수기기록지 작성을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