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선 공약인 ‘생애 최초 연금 보험료 지원 제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책이 실현되면 정부가 생애 첫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모든 청년들이 최초 가입연령인 18세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된다. 청년들의 가입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험료 납부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이 대통령이 후보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청년층에게 국민연금 생애 첫 보험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정책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추진했으나 특정 지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생애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제도는 만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최초 가입연령인 만 18세 때 직업·소득이 없어도,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조기 가입을 할 수 있다. 자동 가입한 뒤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당장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은 향후 추후납부제도를 활용해 최대 10년까지 소급 납부하면 된다. 가입기간에 비례해 급여액이 결정되는 제도 특성상 조기 가입할수록 향후 수령액이 높아진다. 청년의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려 연금액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정책이 실현되면 청년들의 연금 가입 사각지대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적용예외자나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 비중이 기성세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8~34세 청년층 국민연금 사각지대 규모는 해당 연령대 인구 중 53.3%에 달했다. 35~59세(32.7%)에 비해 1.63배 높다. 소득이 없어 아직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만 18~27세의 적용예외자는 52.5%로, 다른 연령 집단보다 2.5~3배가량 높다.
이 대통령은 청년층의 연금 불신을 해소하고 제도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당 대표 재임 시절 SNS를 통해 “청년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국가가 청년들에게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면 사회적으로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 혜택이 늘어나 청년층의 연금 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뒷받침할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초 가입연령인 18세가 된 날부터 3개월간 국가가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필요한 재원은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재원 마련과 보험료 납부에 대한 책임의식 약화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장경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재정 부담으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202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청년에게 추납 기회를 부여해 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다. 한국의 연금 가입기간이 워낙 짧다보니, 이를 늘리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 납부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화될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