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프랑스의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부문 종사자들이 공공의료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가운과 마스크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파리·마르세유·스트라스부르 등 전국의 대도시에서는 의사·간호사·간병인 등 보건·의료부문 종사자들이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집회에 나섰다고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했다.
이들은 정부에 공공의료 투자 확대와 국·공립병원 직원들의 임금 인상, 장비와 인력 확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행진했다.
수천명의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흰 가운을 입고 참여한 파리의 집회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시내 중심가 복합 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 앞에서 일부 검은 복장의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보건의료노조는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한때 매우 선진적인 공공의료체계를 자랑했던 프랑스는 그동안 꾸준히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최근 십수 년 사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한때 수도권과 동부 그랑데스트 지방의 의료시스템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의료붕괴’ 위기까지 거론된 바 있다.
특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프랑스 의료인들은 유럽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낮은 임금과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간호사의 초임은 평균 월 1500유로(205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이날 그르노블에서 시위에 참석한 한 50세의 한 여성 간호사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의 월급이 월 1565유로(210만원 상당)라며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슈퍼히어로처럼 그려지지만 매일 시간 외 근무에 시달리며 적당한 장비도 없이 환자들을 돌본다. 인력충원과 투자확대를 약속받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고질적인 병상·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공공의료 부문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정부는 ▲전체 국공립 병원 누적 부채의 3분의 1인 100억 유로(13조원)의 정부 인수 ▲의료인프라 개선에 15억유로(2조원) 투입 ▲월 급여가 1900유로(250만원)에 못 미치는 간호사와 간병인 등 공공의료 종사자 4만명에게 1인당 연 800유로(100만원)의 특별상여금 지급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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