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K팝 팬덤 문화의 미국 정치 영향력에 주목

NYT, K팝 팬덤 문화의 미국 정치 영향력에 주목

기사승인 2020-06-23 17:09:16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을 화제로 만들어온 K팝(K-POP) 팬들이 이제는 미국 정치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 달 만에 재개한 유세 현장을 썰렁하게 만든 주역으로 꼽히는 K팝 팬들의 조직된 행동력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조명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측은 참석률이 저조했던 이유가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 탓이지 K팝 팬들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K팝 팬덤 문화의 정치적 영향력은 주목할 만하다고 NYT는 소개했다.

트위터를 주 무대로 삼아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K팝 팬들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지지하며 성금을 보내고, 이를 깎아내리려는 움직임에 맞서 싸워왔다.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가 SNS에 등장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을 해당 문구와 함께 무더기로 올려 인종차별적 언사가 주목받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미국 댈러스 경찰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목격한다면 제보 영상을 보내 달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을 때도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을 끊임없이 보내 경찰을 당황하게 했다.

인디애나대학에서 동아시아 문화학 객원 조교수로 K팝 팬 문화를 연구하는 시더보우 새이지는 “젊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이고, 외향적인 이 사람들이 정치적인 활동을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이지는 K팝 팬들이 “새로운 문화를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젊은이들”이라며 “영화 ‘기생충’을 폄하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진짜 영화라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과 정반대에 있다”고 평했다.

K팝 팬들이 미국 정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 중 하나는 팬덤 문화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최근 몇 년간의 노력이기도 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과거 한국에서는 팬덤 문화가 경쟁하는 가수에게 비난을 퍼붓고, 좋아하는 가수에게 명품 시계를 선물하는 등 마치 광신적 종교집단과도 같은 취급을 받아왔는데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 노인들, 불치병 환자들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일은 이제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 가수들이 흑인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만큼 K팝 팬들이 미국 사회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도 있다. BTS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자 전 세계 팬들도 십시일반 기부에 나서 같은 금액을 쾌척해 화제가 됐다.

앞서 가수 씨엘(CL)은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지지한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K팝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두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흑인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우리가 흑인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만큼, K팝 팬들도 사랑과 응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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