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식한 서울시의회 부정선거 의혹

민주당 독식한 서울시의회 부정선거 의혹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출 무효… 이름 강조 등 부정행위 일어나”
vs 서울시의회 “의원총회 결정사항 공시했을 뿐, 문제 없어”

기사승인 2020-07-30 05:00:43
권수정 정의당 시의원이 재구성한 기표소 내 부착된 명단. 사진=권수정 의원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 안으로 들어간 순간, 새로운 의회 구성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변했다. 기표소 안에 더불어민주당 의총에서 결정한 의원의 이름이 굵게 표시된 용지가 정면에 부착돼있었다. 뿐만 아니다. (투표 진행 중) 더불어민주당 의총에서 당선된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초등학교 선거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서울시의회에서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표소 내 특정 후보자가 굵게 표시돼있는 등 부정행위에 대한 폭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결정”이라며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5일 서울시의회가 진행한 제285회 4차 정례회의에서 이뤄진 제10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거 당시 일이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지난 24일 “제10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출에 부정·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하며 의장단 선출 무효를 주장했다.

모든 시의원이 후보로 득표수에 따라 의장·부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 이른바 ‘교황 선출식’ 투표에서 특정 후보 밀어주기 ‘관행’이 투표 당시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이어 부정행위로 ▲기표소 내 특정 의원 이름 강조처리 ▲기표 진행 중 모 의원의 선거 유세 행위 등을 꼽았다.

선거에서 선출된 김인호 의장과 김기덕·김광수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으로, 선출일 이틀 전 당 내 자체 경선에서 당내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더구나 선거 당일 개표소 내 명단 이름 주위로 강조 표시가 돼 있었다는 것이 권 의원 설명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 기표소 안에 당당히 ‘누구를 찍어라’ 표시를 하고 선거를 하는 곳이 있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보수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대책위)’에서는 이번 서울시의회 의장단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이창학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희갑 서울시의회 의사과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6월25일 10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붉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기표소. 사진=권수정 의원 제공

그렇지만 이같은 지적과 고발조치에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공시한 것으로 공직선거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례적으로 원내 교섭단체 간의 협상을 통해 선거방식을 정해왔지만, 현재 교섭단체가 민주당 밖에 없어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교섭단체가 있었으면 상관이 없는데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민주당 의원들으로 다른 정당은 교섭단체가 구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원총회에서 (의장단 선출이) 결정된 것”이라며 “과거 자유한국당, 한나라당이 의장단으로 선출됐던 시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했고 17개 시·도 의회에서도 이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의 해명에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도 힘을 실었다. 의장단 선거는 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항이라는 이유에서 위법성을 가릴 수 없다는 취지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의회 내 의장단 선거는 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자체적으로 의회 내에서의 업무와 관련된 것일 뿐 선관위 차원에서 선거법을 적용할 사항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같은 서울시의회와 선관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 의원 과반이 민주당 소속인 상황에서 ‘의회 독식’과 이를 악용한 ‘소수 탄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후보의 이름을 강조하고 다수당 내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마쳐 소수 정당 소속 의원들의 의사결정권한을 침해했다는 것.

이와 관련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민주당 서울시의원에는 지난번 공개된 2020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30채, 24채를 가진 다주택자 의원이 있더니, 이번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부정투표를 저지른 것”이라며 “아무리 전체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2명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지만 대놓고 이런 부정투표를 하는 것이 어디 있는지 모를 일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물론이고, 중앙당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자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행태에 제대로 조치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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