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이 안타깝다고 발언해 논란을 부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해 매입보다 분양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하늘의 별 따기'…가점 부족한 30대 '울화통'
37세 가장 김현식 씨는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결혼 전부터 청약통장에 가입해 빠짐없이 납입해 가입기간 부분은 만점을 채웠지만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부분에서 점수가 모자라 만점(부양가족수 35점, 무주택 기간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84점 중 37점에 불과했다.
지난달 31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7월과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55.9점)보다 4.7점 상승한 수치다. 김 씨의 청약 가점은 당첨까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아이 1명을 둔 전지혜(34세) 씨는 청약 통장 가입기간은 만점을 채웠지만 배우자와 자녀 1명을 더한 부양가족 점수가 15점, 무주택 기간 점수는 10점으로 총 42점이다.
전 씨는 "빌라 전세에 살면서 지금까지 3차례 청약을 넣었지만 모두 떨어져 전세 계약을 또 연장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30대로부터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정책 때문에 30대들이 고생하면서 영끌하는 것인데 히스테리 취급하니 안타깝다' '최소 60점이 있어야 하는데 30대는 불가능하고 당첨돼도 대출 규제로 입주가 어려우니 답답할 뿐'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野 "영끌, 30대에 왜 책임 묻나"…김현미 "이해 잘 안돼"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국토교통부)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패닉 바잉'(공황구매)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이 "30대가 영끌로 집을 사는게 안타깝다고 했는데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당점가점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청약 점수가 안돼 매수에 나서는데 왜 그 책임을 30대에게 묻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법인 등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의원이 30대 부동산 영끌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요구하자 김 장관은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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