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며늘아~ 이번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
직장인 이모(33·대구 북구 서변동)씨는 지난 주말 경북 군위군으로 벌초를 다녀왔다. 예년이라면 아버지, 큰아버지, 삼촌 등과 함께 벌초를 했겠지만 올해만큼은 혼자서 해결했다. 혼자서 하는 벌초인 만큼 음식도 간단하게 준비했다.
이씨는 “집안 어르신들이 연세가 있어서 혹시 벌초때문에 모였다가 코로나에 감염이라도 되면 안 될 거 같아서 혼자서 하기로 했다”면서 “벌초하는데 하루 종일 걸리긴 했지만 마음은 편했다”고 말했다.
의성군에 살고 있는 이모(84·가음면) 할머니는 코로나가 걱정돼, 객지에 있는 자녀들에게 이번 추석은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의성군 생활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며늘아~ 올해는 안내려 와도 된다. 애들하고 집에 있거라. 사랑한다”는 영상을 찍어, 자녀에게 보냈다.
이 할머니는 “왜 보고 싶지 않겠냐만, 괜히 엄마 보러 오겠다고 고향에 내려왔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큰일 난다”면서 “이번 추석은 전화만하고 다음에 좀 괜찮아지면 내려와서 얼굴 보고 밥도 같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주부 박모(40)씨도 이번 추석에는 친정집인 성주군에 가지 않기로 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동생만 잠시 고향집에 들려 안부 인사를 올리기로 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미안한 마음은 용돈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 방문이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오지도 가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추석 연휴 이동 자제를 당부하고 성묘·벌초, 차례를 대신할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김천시는 16일 이·통장과 출향인 등 1100명에게 귀성을 자제해 달라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서한문에는 “고향의 부모·형제와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코로나19로부터 모두의 안전을 지키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협조를 요청했다.
또 매년 명절에 KTX 김천·구미역과 경부선 김천역에서 귀성객에게 음료를 무료 제공하던 봉사활동을 취소하고 시내 80곳에 고향 방문과 역귀성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추석 대이동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며 시도민들 5000명에게 고향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또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용돈보내드리기’와 지역 온라인 쇼핑몰 ‘대구장터’와 ‘사이소’를 이용한 농산물 구매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사이소’는 한가위 기획전을 통해 최대 60%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추석 연휴동안 유튜브 등을 통해 랜선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번 추석은 대구경북을 벗어나는 이동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위드(with) 코로나시대’에 걸맞게 슬기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경북도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