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중소기업에 주52시간제 전면 적용을 코로나19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각계에서 비판을 받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4일 “어제 여당 대변인이 제가 전태일 열사를 모독했다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는 기사를 보고는 저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인가?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권 써클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거대여당이 됐으면 이제 제발 도그마와 허세는 버리십시오. 2년에 최저임금을 29% 올려 알바 청년들 일자리를 그만큼 뺏고 주문기계 제조업자들만 배불렸으면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1998년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 2880시간에 달했다. 중진국 반열에 오른 지 한참 지났는데도 지금보다 거의 1000시간이 많은 수준이었다. 1953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만들어 산업화 기간 동안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이라며 “애당초 현실적인 근로기준법을 만들어 준수하고 경제발전에 따라 법을 보수해왔다면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은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선배들에게는 나라가 가난했고 지적인프라도 척박했다는 변명이라도 있었지만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고집하는 지금의 여당은 무슨 핑계가 있나”고 주장했다.
끝으로 윤 의원은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인상, 임대차3법 등으로 살이 부스러질 만큼 부스러진 우리 경제를 홀랑 태워먹기까지 하지 않으려면, 일자리 없애는 것을 전태일 정신으로 둔갑시키고 강성노조 편만 들며 전태일을 모욕하지 말고, 이 코로나 시대 작은 일자리도 절실한 국민들을 위해 일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윤 의원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윤 의원의 주장에 대해 각계에서 반발과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전태일 열사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마시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전태일 열사 50주기, 찬물을 끼얹는 무지몽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살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의원의 주장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소리(주 52시간 근로 연기)를 하는 데 왜 전태일을 파느냐”면서 “저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 52시간 근로) 찬성 하셨어요?”고 강하게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전태일 열사가 무덤에서 뛰쳐나와 통곡을 할 궤변”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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