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보험사들이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이 최대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험가입자들에게 예고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소비자단체도 이같은 보험사들의 결정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지운다고 반발하고 있어 실손보험료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상품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최고 20% 초반대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료 인상 대상은 2009년 10월 팔리기 시작한 ‘표준화 실손보험’과 2017년 3월 도입된 ‘신 실손보험’ 가입자 중 내년 1월 갱신이 도래하는 고객들이다. 다만 2009년 10월 이전 상품인 구 실손 갱신 시기는 내년 4월이어서 이번 안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험업계, 실손보험 손해율 더 이상 못 버텨…“어쩔 수 없는 선택”
이같은 실손보험료 인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가 원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7년 1조3268억원 규모였던 실손보험 손실액은 지난해 2조7869억원으로 2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방문 기피 현상이 실손보험 적자 폭을 줄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올해에도 2조8374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의료비 청구를 많이한 고객에게는 더 많은 보험료를 청구하는 ‘보험료 차등제’가 핵심인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4세대 실손보험 도입 이전의 1~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누적이 너무 크다 보니 현재의 적자를 막기 위해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올해 3분기 누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을 돌파한 상황”이라며 “보험료 인상 대신 자기부담률 인상, 일부 비급여 과잉진료 항목의 특약분리 등을 추진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고, 실손보험의 유지를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보험사들이 개별 통지한 내용에서 나온대로 최대 20%가 적용되는 방식으로 보험료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보험료 인상에 ‘제동’…소비자단체 “일방적인 소비자 부담 전가” 비판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료 인상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하자, 금융당국에서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들은 최대 20%까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험가입자들에게 보내자,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반대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은 의무 가입 사항은 아니지만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실손보험의 공적인 성격을 고려해 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험료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실손보험의 실제 인상폭은 이번주 내로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오는 24일 예정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후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반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평균 9%선으로 제한했었고, 이번 회의에서도 보험료 인상률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실손보험료의 인상을 두고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의 누적 피해를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결국 과잉진료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잉진료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한 것이지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인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료 과다 청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금융당국과 보험사 두 곳에서 논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국회와 같은 정치권에서도 실손보험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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