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저신용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신용 1~2등급 고신용자들이 신용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민들에게 돌아갈 대출총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가 코로나19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서민들의 자금난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신규 이용액은 지난 9월(4조1279억원)과 10월(4조2811억원)에 잇달아 4조원을 넘어섰다. 월간 카드론 신규 이용액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9월은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9월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에서 신규 취급된 카드론 가운데 고신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연 5%이하 금리의 대출 비중은 0.8%로 집계됐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0.1~0.2%)에 비교하면 4배 급증한 것.
이처럼 제2금융권 이용자 중 고신용자 비중 급증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영향이 컸다. 기존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부동산 및 주식 투자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와 동일한 2금융권에 해당되는 보험사들의 대출잔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9월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은 전년동기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245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계대출은 121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1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가계 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1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인 보험계약대출(-2000억원)과 신용대출(-1000억원)은 오히려 감소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기존 주고객들인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카드론의 경우 고신용자에게 제공하는 대출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는 여전히 두 자릿수 높은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집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총량 제한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도 강화됐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1~2등급에 적용되는 카드론 금리는 지난 6월 표준등급으로 공시를 시작한 이래 ▲6월 9.66%(삼성) ▲7월 7.87%(IBK기업은행) ▲8월 7.46%(우리) ▲9월 6.54%(우리) ▲10월 6.45%(우리) ▲11월 6.25%(우리) 순으로 6개월째 낮아졌다. 불과 반년만에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가 3.41%p 낮아진 것이다.반면 9~10등급 저신용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지난 7월부터 18.90% 수준(DGB대구은행 카드)에서 변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7개사 중 5곳이 지난 9월 말 중신용자에 해당하는 5·6등급 구간에서 카드론 금리를 인상했다.
이와 함께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잇달아 신용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것도 저신용자들의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지난달보다 0.04%p 올린 16.84%로 인상했으며, 웰컴저축은행과 한투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대출금리를 각각 1.47%p, 0.37%p씩 올렸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이같은 풍선효과로 인한 저신용자들의 대출소외 현상이 사실상 정부와 금융당국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쉽게 정책을 낸 것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상황과 금융정책이 함께 따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서 일어난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는 것이 확정됐는데, 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 예정된 만큼 정책적인 자금지원이나 접근방법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저신용자들이 시장의 기능에 의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였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