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보험사·설계사 ’제판분리’ 갈등...금융소비자 득실은

[알경] 보험사·설계사 ’제판분리’ 갈등...금융소비자 득실은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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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1-12 06:10:01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최근 보험업계에서 주의깊게 다뤄지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제판분리’라는 것인데요, 이 제판분리를 진행하려는 보험사와 이를 막고자 하는 보험설계사간 갈등이 점점 불거지고 있죠. 

우선 제판분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제판분리란 ‘제작’과 ‘판매’의 분리(제판분리)를 의미하는 합성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판분리는 기존 금융업계에서 사용됐던 용어가 아닙니다. 산업계에서 제조사와 판매사를 분리하는 정책을 제판분리라고 먼저 불렀고, 이를 보험업계에서 가져와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를 기존 전속 보험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기준 제판분리를 천명한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입니다. 이외에도 현대해상을 비롯해 ▲농협생명 ▲하나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제판분리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현재 제판분리는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보험사는 제판분리를 진행하고 싶어하고, 보험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은 제판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죠.

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손해율 누적으로 인한 적자 증가 등 지속되는 경영난을 타파하기 위해 제판분리를 통해 경쟁력 강화, 비용절감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보험사들이 정체를 거듭하는 사이 대형 GA사들의 외형 성장이 커져감에 따라 보험사들도 GA설립을 통해 맞설 필요가 있다고 항변합니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진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사진=각사

또한 제판분리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판분리가 진행된다면 해당 보험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이 GA로 이동하게 되면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게 되죠. 따라서 금융소비자들이 한 번의 만남으로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등 복합적인 보험재무설계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편의성도 높아진다는 것이죠.

여기에 일원화된 상품 가입을 통해 보험설계사로부터 더욱 깊은 고객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입니다.

반면 제판분리를 반대하는 노동계에서는 제판분리가 보험설계사들의 근로환경 악화를 가져오는 등 문제가 많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사 노조의 상급단체 사무금융노조에서는 제판분리가 진행될 경우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자회사로 이동하게 되고, 보험설계사들의 구조조정 및 근로여건 악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되다 보니 비용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저수익 보험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 제판분리라고 주장하고 있죠.

또한 노동계에서는 제판분리가 금융소비자들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판분리에 반대하는 보험설계사는 “제판분리가 이뤄질 경우 보험설계사들의 구조조정이 쉬워지게 되면서 보험소비자들이 소속 설계사로부터 제대로 된 재무관리나 고객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생명보험 설계사가 손해보험상품도 함께 취급하게 되는 것은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전문 분야가 아닌 상품을 취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제판분리는 올 한해 보험업계에서 꾸준한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사와 노동계의 의견은 둘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금융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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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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