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인권 존중의식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선택적 정의라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여성·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선택적 정의가 아닌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는 상황이다.
실제 생명존중과 개인의 자유, 가치,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설립이념으로 내세워온 보수성향의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지난 6일 “권력의 곁불 쬐며 여성 인권과 도덕성을 몰각한 한국여성단체는 즉각 해체하고 남인순 의원은 사퇴하라”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일부 여성단체가 정치꾼의 권력획득의 장으로 전락했고, 민주당과 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이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려 여성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존립근간은 물론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으로 이어진 민주당 주요인사들의 잇따른 성비위 문제에 기초의회와 영입인사의 성추행 의혹까지 사이사이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침묵이나 소극적 대응, 논란에 휩싸였던 행태가 여성인권활동가로 국회에 입성해 3선에 이른 남 의원과 민주당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반응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촉발된 후 6일이 지나서야 들려온 남 의원의 해명과 직후 제기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의 성폭행 의혹을 두고 쏟아진 민주당의 비판들은 오히려 민주당의 여성인권 존중의식에 대한 의심을 진실로 믿게끔 하는 반작용을 낳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피소사실을 유출했다는 검찰발표에 남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라는 해명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며 당내 특위를 구성하고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만든 장본인이라면 할 수 없는,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태도에서는 과거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사안에 대한 반응과 비교되며 의심이 진실로 굳어지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직접 당사자도 아닌 목격자라는 제3자의 말을 토대로 제4자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민주당 소속 개별 의원부터 민주당 대변인단과 전국여성위원회 이름으로 김 의원과 소속정당을 비난하는 성명과 논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 민주당이 ‘피해자’란 명칭을 기피하며 ‘피해호소인’이란 일상적이고 비법률적인 명칭을 사용하며 사안을 축소하려했던 점이나, 당내 인사의 법적문제가 터질 때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거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것과는 모순되는 태도라는 판단이다.
심지어 11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을 두고 야권 관계자들은 “민주당 자신들을 향한 자기반성식 고해성사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성명의 대상과 정당을 바꾸면 민주당 스스로도 답변하지 못할, 그동안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지적해왔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비난 섞인 냉소였다.
실제 성명에는 소속 의원들의 성비위나 왜곡된 인식이 터질 때마다 드러나는 정당의 무감각과 무책임에 대한 비판부터 진심 없는 사과와 꼬리자리기와 같은 꼼수정치,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공허한 약속, 주변인들의 감싸기를 비난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야권 정치인은 “민주당이야말로 탈당으로 꼬리 자르고 피의자를 두둔하지 않았냐.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치권을 넘어 일반 시민사회로까지 번지는 양상도 보인다. 평소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은 한 여대생(24)은 “패미니즘 대통령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은 투옥 중인 안희정 전 지사에게 꽃을 보내는가 하면,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의 빈소를 지키고 장지까지 동행했다. 이는 명백한 권력자들의 2차 가해”라고 평했다.
이어 “지금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여성인권 존중의식에 대한 평가는 ‘빵점’”이라며 “정당의 정책목표나 추구이념과는 별개로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근본적인 인식과 자질에서부터 문제가 드러난다. 더구나 지금까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여성인권을 강화하는 정책이나 성과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비난에 앞서 자기반성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