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더니] 박지성이 맨유 떠나 전북으로 온 이유는

[들어봤더니] 박지성이 맨유 떠나 전북으로 온 이유는

맨유 앰버서더 활동 중단... "경험 토대로 선수 선발-육성"

기사승인 2021-01-21 13:27:05
전북 현대의 구단 어드바이저로 취임한 박지성. 사진=전북 현대
[고양=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지난 19일 축구계에 모두가 놀랄만한 소식이 들렸습니다. 일본,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40)이 어드바이저로 전북 현대와 함께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선진 유럽 축구 시스템을 10년 넘게 경험한 박지성은 앞으로 프로 선수와 유소년 선수 선발, 육성, 스카우트, 훈련 시스템 등과 관련해 전북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박지성은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 코스를 이수하고 2017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으로 행정 업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K리그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은 그로서는 행정가로 처음 K리그 무대에 섰습니다.

21일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등장한 박지성에게 앞으로의 포부와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전북 현대의 구단 어드바이저로 취임한 박지성. 사진=전북 현대
◇ 제안은 전북에서 먼저

“지난해 12월 김상식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 영국에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전화 통화로 제의를 처음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상주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럼에도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상주를 하지 않아도 되니 유럽에서 경험하고 공부했던 부분들을 전북과 공유하기를 바랐습니다. 분기별로 와서 만남을 가지고 공유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구단이 저를 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고, 클럽에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가족들과 상의를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일이면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에게 좋은 제안이었고,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가족들도 저의 결정에 반갑게 따라줬습니다.”

“K리그에서도 일을 할 생각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많이 공유하고 참고해서 할 수 있다면 저는 물론 한국 축구에도 좋은 일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습니다.”

“전북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맨유의 앰버서더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맨유 앰버서더는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됐고, 전북과만 일을 하게 됐습니다.”

전북 현대의 구단 어드바이저로 취임한 박지성. 사진=전북 현대
◇ 어드바이저 역할 핵심은 ‘유소년 육성’

“제가 이제껏 경험한 것들을 조언하고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 모든 것들을 구단과 공유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이미 K리그에서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에 제가 당장 합류한다고 해서 당장에 달라질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구단의 유스 시스템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소년 육성 부분에 있어 많은 역할들을 맡을 것이라 생각해가고 있습니다. 구단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운영해왔고,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업무 파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클럽의 방향을 고려해 유소년 시스템을 꾸려 1군 선수를 올릴 것인지에 대해 구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갈 예정입니다.”

“유망주 선수들이 유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더라도 그것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과 상관없이 좋은 선수들을 1군에 보내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전북의 1군뿐만 아니라 K리그에 가장 많은 1군 선수를 배출하는 구단이 되길 바랍니다.”

“유럽에서 배운 좋은 시스템과 방식들을 천천히 도입해보려 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있겠지만, 앞서 경험한 것들을 K리그만의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북의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겠지만, 경험해본 해외 구단에서 생각하는 유스 시스템의 중요성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상이었습니다. K리그 클럽에서 유스 시스템을 파악하고 나면 격차가 어느 정도일지 확인될 것입니다, 격차가 많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북 현대의 구단 어드바이저로 취임한 박지성. 사진=전북 현대
◇ 지도자 생각은 여전히 없다

“한국에 거주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영국에서 지도자 과정을 지난 여름부터 시작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만 마친 상태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항상 말했지만 프로 구단 감독을 맡을 생각은 없습니다. 만약 나중에 행정가 일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려고 해봅니다.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축구 선수를 지도자로 변화시킬 것인지,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지도자와 교류 시 팀 운영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늦게라도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코스가 등급별로 나뉘어 있고, P급 라이센스까지 딸 생각은 없습니다. B급 라이센스까지는 딸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감독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어떤 색깔의 축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은 없습니다. 김상식 감독님이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전북이 갖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전부터 최강희 감독이 이어온 색깔입니다. 저의 축구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북이 가진 철학과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행정가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자세입니다. 그 부분에 맞춰서 저도 일을 하겠습니다.”

△ 전북을 리딩 클럽으로 만들겠습니다

“선수로 K리그에서 활동한 적은 없지만 행정가의 첫 시작을 전북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클럽이자 명문 구단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예산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전북이라는 팀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적을 거두는 것 뿐 아니라 K리그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전북에서 시도를 하면 다른 클럽에서 따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전북이 선두주자로 K리그를 이끌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북이 앞으로 발전할지 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에 대해 즐겁습니다. 전북을 많이 사랑해주고, 더 튼튼하고 더 많은 클럽들이 바라볼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클럽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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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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