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특성상 1분기는 신년, 신학기, 명절 등이 이어지는 시기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이 같은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과 홈쇼핑 등 소매유통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84로, 지난해 4분기(85)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전망지수는 직전분기 대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 전망, 높으면 경기호전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가 역대 최저 경기전망치(43)을 기록했다. 근거리·소량 구매 경향이 확산하고 온라인 쇼핑, 슈퍼마켓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5년 추가 연장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61)도 17포인트 하락하며 낙폭이 컸다. 동절기는 유통인구가 줄어드는 비성수기인 데다가 배달 플랫폼 등 경쟁 채널의 증가와 이들 채널의 식품·간편식품 강화 전략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백화점(98)과 슈퍼마켓(65)은 지난 분기 대비 미세한 상승세를 보였다. 백화점은 연말 특수에 대한 체감이 어려웠지만,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작용했다. 슈퍼마켓도 온라인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근린형 식품 소비 트렌드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유일하게 온라인·홈쇼핑만 온라인장보기, 홈코노미 트렌드 영향에 따라 지난 분기에 이어 기준치를 상회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유통 규제까지 더해질까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각종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형마트에 적용되던 월 2회 휴무를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으로 확대하는 등의 규제책이 담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통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안들에는 복합쇼핑몰 뿐 아니라 쿠팡 등 이커머스를 규제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있다.
유통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서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규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업황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규제 강화가 소상공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만 있다”면서 "코로나19에 규제까지 더해지면 기업들 입장에선 돌이킬수 없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온라인·홈쇼핑 업계도 난색을 드러낸다. 규제의 근거가 빈약할 뿐 아니라 사실상 실효성이 없으리란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 시장도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해 디지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업계의 발전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코로나19로 국가적 소비 진작 대책이 필요하고, 유통업계의 경쟁 구도 변화를 반영해 현행 오프라인 유통 규제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유통규제의 실효성과 소비자 후생, 유통산업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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