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월 구독형으로의 전환'. 이는 ICT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된 것 같다. 네이버가 네이버 멤버십을 만들었고 쿠팡이 로켓와우를 만들었듯이, 카카오도 구독형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노리고 있다.
월 구독 형태는 월마다 일정 수입이 들어오게 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다. 카카오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월정액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첫 달 무료'를 통해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단계다.
이번에는 카카오의 자체 월구독 상품인 '톡서랍 플러스'와 '이모티콘 플러스'를 써봤다. 톡서랍 플러스는 카카오톡 데이터를 저장해 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타사 대비 두배 이상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업계 처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이모티콘 월구독형이다.
이모티콘 플러스의 가입은 매우 쉽다. 카카오톡 메인 화면에서 네 번째 아이콘을 누르고, 이모티콘으로 들어가서 '이모티콘 플러스 지금 시작'을 누르면 된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당초 책정한 4900원의 가격을 3900원으로 1000원 할인해 내놓았고, 첫 달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나 네이버 등 여타 멤버십처럼 첫 달은 무료지만 다음 달부터 자동 결제된다.
가입하려면 카카오페이가 필요하다. 카카오페이를 등록해 두었다면 지정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 유료서비스 이용약관과 자동청구 등에 동의하면 지문이나 비밀번호 확인 후 첫달의 특권인 '0원 결제'가 된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톡 지갑에서 이모티콘 플러스 결제가 됐다는 메시지가 날아오면 잘 처리된 것이다.
이모티콘 월정액 가입을 완료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에 다시 들어가니 이모티콘플러스 혜택으로 다양한 이모티콘들을 바로 다운받을 수 있었다. 귀여운 '옴팡이'부터 재치 있는 '오늘의짤' 등 원하는 이모티콘은 모두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보통은 단건구매해야 했던 다양한 이모티콘을 바로 다운받을 수 있으니 조금은 얼떨떨했다.
그동안 이모티콘 하나를 다운받아 쓰는 데 2000~2900원 가량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3900원이라는 가격에 다양한 이모티콘을 쓰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꽤 괜찮았다. 항상 이벤트성 기간한정 무료 이모티콘을 찾아다니며 써왔던 기자로서는 갑작스럽게 '이모티콘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꽤 만족스러웠다.
가장 좋았던 기능은 대화에 필요한 이모티콘을 바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자연스레 대화하다가 '안녕', '고마워', '와우' 와 같은 말들을 대화창에 치면, 해당 인삿말이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이모티콘으로 치환 가능해진다. 귀여운 이모티콘부터 재치 있는 이모티콘까지, 내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채팅창에서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이모티콘을 쓰게 되어 이모티콘 사용률이 꽤 늘었다. 사실 불필요한 이모티콘도 더 많이 쓰게 됐다. 대화가 더 즐거워졌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은 계속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료 이모티콘을 찾아 다니며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여러가지를 써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느낌이다. 3900원? 까짓거 몇 번은 더 써 보지 뭐, 라는 생각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경쟁사와의 비교는 하지 않을 수 없다. 쇼핑 시 일정금액 적립과 웹툰 등 콘텐츠 제공을 해주는 네이버 멤버십이 월 4900원에 나와 있고, 최근에는 4만6800원의 연간멤버십으로 월 3900원꼴 멤버십 서비스도 내놓았다. 로켓와우는 월 2900원을 내면 새벽배송을 해준다.
이 같은 트렌드를 생각하면, 카카오의 이모티콘 멤버십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모티콘 외에 다른 콘텐츠도 묶어서 제공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톡서랍 플러스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미 기자는 네이버 클라우드에 사진들을 저당잡혀 월 3300원을 지불하며 클라우드 노예로 살고 있다. 이를 감안해 그동안의 데이터를 카카오로 옮길지를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실제로 살펴보니, 톡서랍 플러스는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와는 전혀 다르다. 실제 내 스마트폰 내에서 저장된 이미지나 파일이 아니라, 카카오톡 내의 데이터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내가 나와의 대화에서 적어 놓은 메모들이나 카카오톡 대화에서 오간 사진 및 동영상, 내려받은 파일이나 링크들을 저장해 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휴대폰의 저장 용량이 부족할 때 채팅방마다 찾아가 쌓였던 카카오 대화방 이미지나 동영상을 열심히 지워본 사람이라면, 이 같은 톡서랍 플러스가 편리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해 업무를 하고, 중요한 파일이나 이미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렇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공유된 파일을 제때 다운받지 못하면 기간이 만료되어 나중에 필요해질 때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톡서랍 플러스 데이터 보관을 시작하자 데이터 암호화를 위한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톡서랍에 대한 보안코드를 발급한다. 이메일로 톡서랍 보안카드를 발급하면 바로 카카오 서랍이 실행된다.
이전 데이터는 보관을 하지 않고 현재 시점부터 보관을 하기 시작한다. 이전 데이터는 보호되지 않는데, 이전 데이터 보관을 누르면 대화내용과 미디어 파일, 연락처를 보관할 수 있다. 새삼 대화내역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팀채팅 데이터는 톡서랍 홈 팀채팅에서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이중 오픈채팅은 보관되지 않는다. 실명으로 된 톡방 데이터만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화목록이나 대화내용을 모두 저장할 수 있어 그동안 대화를 지우면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불상사는 없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지나 데이터가 따로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데, 채팅방에서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굳이 카카오서랍을 이용해야 하나? 라는 의문점은 남는다. 카카오 내의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는 채팅방 이미지나 데이터를 굳이 저장하지 않는 편이므로, 서랍 기능은 개인적으로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 다만 한 달에 990원이라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서랍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선택폭을 넓혔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까.
카카오톡 데이터 저장에만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오면 더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기업향 클라우드 서비스만 내놓았을 뿐 소비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처럼 체험한 두 서비스를 되돌아봤을 때, 비슷한 아쉬움이 들었다. 톡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만 집중했기에 소수 매니아를 양산할 수는 있지만, 전체 판을 뒤흔들 만한 파워풀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아쉬움이 든다. 후속작을 조금 더 기다려 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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