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희미해진 IT·금융, 네이버 후발주자가 된 은행

경계선 희미해진 IT·금융, 네이버 후발주자가 된 은행

기사승인 2021-02-19 06:01:02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금융과 IT(정보기술)이 융합한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금융업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사에 대해 금융회사가 아닌 IT기업임을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몇해 전 주식 매매 트레이더 대부분을 해고하고 AI(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했다. IT유통기업 아마존은 자사의 플랫폼(아마존프라임)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서비스(아마존페이, 아마존캐시)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자사의 플랫폼(네이버파이낸셜·라인·클라우드 서비스)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과 금융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시중은행은 후발주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 빅테크·금융사 영역 깨부수는 융합…아마존·골드만삭스 사례

몇해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금융업과 IT부문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일찌감치 ‘IT회사’를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7년 600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를 정리하고 소프트웨이를 관리해주는 엔지니어로 대체했다. 

‘골드만삭스의 라이벌’ JP모건체이스 은행도 사업부문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기술 등을 적용하고자, 대규모 IT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싱가포르개발은행)도 얼마 전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전체 IT시스템의 80%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또한 업무의 상당부분을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글로벌 IT공룡기업은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IT유통기업 아마존은 자사의 플랫폼(아마존프라임)을 통해 간편결제 및 대출, 투자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공룡기업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잘 알려진 기업 애플도 금융업(간편결제·카드)에 진출했다. 

◇ 앞서나가는 네이버, 후발주자 시중은행 고민 커져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금융업과 IT산업의 융합을 가장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 라이센스가 없이 통장 개설과 결제까지 함께하는 금융서비스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타 핀테크 은행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의 글로벌 영향력(아시아 시장)도 시중은행에겐 큰 부담이다. 네이버는 ‘라인’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은행, 증권, 보험, 페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중은행은 같은 업권인 카카오뱅크 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다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더군다나 라인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사업에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네이버가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것도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클라우드란 기업이 필요한 IT자원인 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등을 저장하는 컴퓨터 환경으로, 기업이 직접 소유·관리할 필요 없이 필요한 IT자원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받는 비즈니스다.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기관도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다. 이는 빅테크 혹은 핀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은행은 그동안 IT 관련 전문인력 보강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IT 전문인력은 총 471명으로, 전체 은행원의 8.5%에 불과했다. 2005년 시중은행의 IT 인력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투자 증가 속도가 더디고 IT 전문 인력 충원도 외부 채용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이 자체적으로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함께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전문인력, 경영층의 일관되고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또한 핀테크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제휴·협력 또는 인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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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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