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폭력 재점화,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배구계 폭력 재점화,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1-02-19 12:41:25
18일 OK금융그룹과 경기 후 인터뷰를 한 박철우.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학교 폭력 이슈에 이어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벌어졌던 사건까지 재조명되며 배구계의 폭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배구계는 ‘학교 폭력’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폭행 사실을 인정한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송명근-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팀의 핵심 전력이자 국가대표 멤버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라 배구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올 시즌 잔여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재영과 이다영은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학교 폭력 논란이 배구계를 강타한 가운데 이번에는 과거 국가대표팀 선수 폭행 논란이 재조명됐다.

박철우는 지난 2009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중 당시 코치였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철우는 당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였는데, 훈련 중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감독에게 얻어맞았다. 박철우는 얼굴과 몸에 멍이 남아 있는 상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박철우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갈등이 조용히 끝나는 듯 했지만, 최근 이 감독의 인터뷰가 사건 재점화의 도화선이 됐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최근 배구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학폭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과거 폭력 논란의 중심에 있던 당사자로서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자 박철우는 18일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박철우가 특정 대상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같은 날 박철우는 OK금융그룹과 경기가 끝난 뒤 자진해 인터뷰실에 들어와 "기사를 보고 나니 하루종일 손이 떨렸다. 그 분이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다.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조용히 참으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감독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갔다.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말은 꼭 해야겠다고 한 박철우는 “나는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 일이 있었을 때도 고소를 취하했다.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상열 감독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지고 있을 때면 (라커룸에서 맞아서)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 다 내 친구이고 동기들이다.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면서 “그런데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인가? 한 번의 감정에 의해 한 번 그랬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배구계가 폭력 사건으로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LG화재 감독시절인 2005년 폭행 사실로 6개월 자격 정지를 받았다. 문용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 실장도 대한항공 감독 당시 폭행으로 3개월 자격정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와 시대가 달려졌고, 여론도 어느때보다 들끓고 있다.

계속되는 폭행 논란 폭로에 '배구계가 2011~2012시즌에 일어난 승부 조작 사태 때보다 더 위기에 놓였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프로배구는 2011-2012시즌 도중 승부 조작으로 발칵 뒤집혔다. 전·현직 선수 10여 명과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며 팬들을 기만했다. 당시 한국배구연맹(KOVO)은 관련자 전원을 영구 제명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승부 조작 파문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이제는 배구하면 폭력이 떠올리게 됐다”라며 “이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됐다. 최근 인기가 오르던 프로배구가 학폭 사태로 인해 다시 무너질까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승부조작 이후 배구계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인기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학교 폭력'이라는 전례 없는 과거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자칫 최악의 시대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배구계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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