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막고자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자산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을 비롯해 상호금융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 4개 부문의 지난해 말 기준 여신 잔액은 608조5456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0%(65조93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금융권 여신 잔액은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였는데, 지난 2018년 11월 처음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뒤인 지난해 11월에 600조원을 돌파했고, 약 한 달만에 8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대출 증가 비중을 살펴보면 저축은행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19년 말 65조504억원에서 지난해 말 77조6675억원으로 19.4%(12조617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자산 200조원을 돌파한 새마을금고의 경우 2019년 말 126조265억원에서 143조3211억원으로 13.7%(17조2946억원) 늘었으며, 신협은 11.0%(7조8436억원), 상호금융은 9.7%(27조3379억원)씩 증가했다.
2금융권의 여신잔액 증가는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을 높이는 정책이 잇달아 시행되면서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의 문턱을 두드렸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2금융권에서 대출총량규제로 고금리 대출을 더 늘릴 수 없다 보니 중금리 대출을 ‘박리다매’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여신 증가세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금융권의 여신 증가는 카드업계까지 이어졌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한다)’ 열풍으로 투자 자금 수요가 늘어났고, 빠르고 간편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론(장기신용대출)’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우리·하나카드 등 4개사의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이 25조7209억원으로 전년(21조9167억원) 대비 17.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내 7개 신용카드사 전체 카드론 잔액은 3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고신용자(신용등급 기준 1~4등급)들이 카드론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고신용자 카드론 회원 비중은 지난해 6월 6.87%에서 9.81%로 증가했으며, KB국민카드는 9.53%에서 12.66%로 늘어났다. 심지어 현대카드의 경우 같은기간 15.66%에서 28.93%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같은 2금융권의 여신금액 증가는 금융사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마냥 기뻐할만한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 여신금액 증가는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금융권의 연체율은 조금씩 증가하면서 위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총여신 연체율은 3.8%로 지난해 말에 비해 0.1%p 상승했다. 상호금융조합들은 같은기간 2.72%에서 2.97%로 올라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연체율 수치들이 코로나19 특별 대출의 연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원리금 상환유예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이지 않는 실질 연체율이 반영될 경우 리스크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6월 기준 가계부채가 163%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반면 연체율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며 “이는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로 인해 해당 대출채권이 ‘고정’으로 분류돼 연체율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2021 검사 업무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잠재불안 요인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2금융권의 경우 부실 확대에 대비해 자산건전성 분류 및 충당금적립의 적정성을 중점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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