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매각 주간사를 통해 유통업체와 사모펀드 등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투자설명서를 보냈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카카오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투자설명서를 받은 것만으로는 인수 의사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 이 투자설명서는 매각 개요 정도가 담긴 간단한 수준으로 특별히 인수 의향이 없더라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업체들은 대부분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투자 설명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면서 “신세계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측도 “매각 자문사도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인수전 참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보통 M&A에서 매각 주관사들은 유력 기업들에게 먼저 제안서를 보내 경쟁 구도를 형성시킨다. 매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이번에는 쿠팡의 미국 상장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더 용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100%를 매각하는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금액이 가치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국내 온라인 유통전쟁의 양상은 이미 신선식품과 배송서비스로 넘어간 상황이다. 자체 이커머스를 키우고 있는 신세계, 롯데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몸집이 커도 쿠팡과 마켓컬리 등 신선식품과 배송서비스에 특화된 온라인몰은 아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 해도 기존의 약점을 메우기는 힘든 것이다. 출혈 경쟁도 심한 상황에서 대대적 투자에 대한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순수 오픈마켓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 하고 있는 것도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네이버는 다양한 콘텐츠와 높은 트래픽으로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가 됐고, 미국 상장을 코앞에 둔 쿠팡은 로켓배송을 필두로 다시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이커머스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쿠팡 등 경쟁자의 등장에 영향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전망이 좋다면 왜 매각에 나서겠는가”라고 풀이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시장점유율도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어 세 번째 수준인 만큼 인수에 성공한다면 온라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0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161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한 번에 네이버와 쿠팡 등 선두 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득실을 신중히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정확한 후보군 윤곽은 이달 중 예상되는 예비입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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