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때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윤석헌 원장의 입지가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윤 원장에 우호적인 시각을 보내던 이들도 조금씩 의중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일부 인사들이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과 맞물리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인이 연임 의사가 있고, 금융감독원 감독권한 독립이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개혁을 명분삼아 정치권에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연임 여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한때 윤 원장의 우호세력이었던 노조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다. 윤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해 왔으나 성과는 없었고, 오히려 금융위원회와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들이 금감원 인사 승진이 되면서 감정의 불씨는 일파만파 커졌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이 겪고 있는 금융위의 예산삭감과 기재부의 성과급 삭감 등은 모두 윤 원장이 초래했다”며 “최종구 전 위원장에게 대책 없이 맞선 결과가 예산삭감이었고, 국감장에서 (금감원 독립 주장 등으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자극한 결과가 성과급 삭감, 상위직급 추가 축소, 해외사무소 폐쇄 요구”라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초에 윤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기재부로부터 예산이 삭감된 당시에도 인내해왔다. 하지만 윤 원장이 내세운 금감원 독립은 말로만 그쳤고, 오히려 상황 악화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최근 채용비리 연루자의 승진 논란은 인내하고 있던 직원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원장은 이론적으로 개혁 의지가 강하지만 실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 부원장 임명은 금감원장의 권한이지만 그밖에 고위직을 콘트롤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금감원 내 고위인사일수록 금융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서도 윤 원장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업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최고경영자)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CEO징계조치와 관련해 “금융권의 예측을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키워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긍정적인 평가도 간과할 수 없다. 윤 원장은 취임 초기 약속했던 키코 사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렸고, DLF 및 라임사태 손실 배상과 관련해서도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금감원 외부에서는 후임 원장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김오수 법무부 차관, 여당 내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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