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했다. 단 ‘고검장 카드’를 이용해 반격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직무대행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된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 부장들 뿐만 아니라 일선 고검장들도 함께 참여시켜 논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 차장은 입장문에서 “사건 처리과정이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 하겠다”며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등 조사·기록검토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검에 근무하는 부장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므로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검 예규(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상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총장, 대검 차장, 대검 부장 중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검장, 지검장 또는 대검 사무국장 등을 참석하게 할 수 있다.
대검은 지침에 따라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들을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회의 일정은 추후 정할 예정이다.
현재 대검 부장은 조종태 기획조정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 7명이다.
이중 이종근 부장은 윤 전 총장의 징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윤 전 총장과 대립해 왔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월 인사를 앞두고 이 부장과 신성식 부장 등 대검 참모진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 장관은 조종태 기조부장을 새로 발령낸 것 외에 기존 대검 부장들을 그대로 유임했다.
이정현 공공수사부장도 검찰내부에서 친여인사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동수 감찰부장은 임 부장검사와 함께 모해위증사건에 대해 기소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하라’고 못박았다. 이정수 검찰국장은 그 이유에 대해 “대검 부장들의 식견이 가치중립적이라 보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수사지휘 내용의 위법 논란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이 포함된 대검 부장회의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대행의 ‘대검에 근무하는 모든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는 발표내용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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