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 매치'에서 주인공은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기성용이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주목을 받은 이는 수원 삼성의 정상빈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어 수원의 3대 0 승리에 이바지한 그는 서울전에서는 엄청난 돌파 이후 전반 15분만에 선제골을 뽑아내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겨우 18살인 정상빈이 K리그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린 선수의 빠른 프로 무대 적응을 돕는 '준프로 계약'이 있다.
준프로 계약은 K리그 구단이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중 고교 2~3년에 재학 중인 선수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제도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준프로 계약은 유소년 선수와 구단, 한국 축구계 모두에 '윈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소년 선수는 성인 계약을 맺기 전 준프로 계약을 통해 프로 무대에 빨리 데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구단은 팀을 이끌 유망주에 대한 보유권을 강화할 수 있다. 애써 키운 유망주가 프로 데뷔 전 해외 무대에 진출해 활용 한 번 못 해보고 떠나보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준프로계약은 고등학교 3학년(만 18세)이 된 해의 12월31일까지 계약 효력이 있다. 또 장학금 성격의 연 1200만원(월 100만원)의 기본급도 받게 된다. 수당은 클럽-선수 간 합의에 따라 지급이 가능하다. 프로 계약으로 전환할 경우 준프로계약 기간 안에 구단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계약 체결 후 가장 등록기간에 선수를 등록해야 한다.
구단들도 준프로계약을 점점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2020년까지 총 9명의 선수가 준프로계약을 맺었고 8명의 선수가 프로계약에 성공했다.
올해 준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는 5명이다. 2부리그 소속의 부산 아이파크는 올해 이태민, 조혜성, 허승찬과 계약하며 최대한도인 3명을 채웠다. 이 중 이태민은 이미 3경기를 소화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은 유스 오산고의 최대어로 꼽히는 강성진과 계약을 체결했다. 수원FC는 이영준과 계약해 현재까지 2경기에 내보냈다.
준프로 계약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단은 수원 삼성이다. 2018년 1호 계약 선수인 박지민부터 시작해 역대 준프로 계약을 체결한 선수 14명 중 6명이 수원 선수다.
이 중 2018년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김태환은 현재 1군 핵심 선수로서 맹활약 중이다. 오현규는 2019년 준프로 최초 출장 기록을 세웠고 현재 국군체육부대인 김천 상무에 입단한 뒤 3골을 기록했다. 또한 정상빈은 올해 2골을 넣으며 U-22 카드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단별 준프로선수 숫자는 수원이 6명으로 최다, 부산이 4명, 전북, 대전,서울-수원FC 각 1명씩이다. 포지션으로는 공격수가 5명으로 가장 많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준프로 계약 제도가 이대로 잘 자리 잡으면 구단들이 산하 유소년 클럽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준프로제도처럼 유망한 선수들은 빠르게 콜업, U-22룰을 통해 K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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