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실적을 발표한 씨티은행와 SC제일은행 모두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전년(2942억원) 보다 32.8% 감소했다. SC제일은행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3144억원) 대비 18.2% 감소한 25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자산관리 ‘장점’이라지만…비은행계열사 없는 외국계은행
외국계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여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6.4% 감소하는데 그친 ‘선방’을 이뤄냈으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순이익 감소폭은 평균 8.04%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KB국민·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에서 발생한 실적 감소를 증권이나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이 메우면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외국계은행의 실적하락은 비은행계열사의 부재가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 이자이익을 방어하거나 감소폭을 줄일 수 있지만, 증가규모가 크지 않다면 실적하락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8.7% 줄어들면서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실적하락을 겪었으며, SC제일은행은 0.61% 늘어나면서 씨티은행보다는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다.
또한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는 비이자이익에서 나타났다. 비은행 계열사가 있다면 보험, 증권사 등과 연계해 상품군을 확대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모두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상황. 외국계은행의 강점이 비이자이익과 연관된 자산관리(WM) 부문에 있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한국씨티은행의 비이자수익 감소율은 7.2%를 기록했다. 그나마 SC제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증가로 인해 같은기간 7.45% 증가했다.
이례적인 저배당 기조…외국계은행 철수설 다시 고개드나
실적하락으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이례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내려놓고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20%대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씨티은행은 배당성향을 20%로, SC제일은행은 19.7%로 최종 결정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전년엔 중간배당 등 이슈에 따라 208%의 고배당을 했고, 이전에는 40~50%대 배당을 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과 이례적인 저배당 정책을 보여주는 외국계은행들의 모습에 금융권에서는 외국계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말 씨티그룹의 한국 철수설이 나온 뒤 낮은 실적이 철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본사 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의 신규 CEO 제인프레이저는 최근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업은행(소매금융) 영업을 중단하고 투자은행(IB) 기능만 남겨두는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씨티은행 측은 아직 내부적으로 철수를 추진하거나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을 큰 폭으로 줄여온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큰 실적하락을 겪은 만큼 철수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SC제일은행의 경우 점포를 줄였지만, 소매금융 부문에 큰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에 실적 하락이 있다 하더라도 철수하지 않겠냐는 의견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계은행들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비이자수익 부분의 개선이 필요할텐데, 이는 필연적으로 큰 투자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 모두 전환을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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