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경우 대규모 고객 기반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는 인터넷은행 후발주자라는 점, 금융소비자법 적용 시 비대면 거래(대출)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개념의 인터넷은행 설립 검토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부터 은행연합회와 함께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해왔고 최근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진출은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플랫폼을 갖춘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은 시중은행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에서는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면서 핀테크 기업 보다 기존 은행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사용자·설치 기준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실적 성장세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1136억원으로 전년(137억원) 대비 약 729.19% 증가했다. 고객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1360만명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융지주 주력 계열사인 시중은행은 이미 수천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플랫폼을 연동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은 단순히 모바일 뱅크라는 것 외에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락인(Lock-In) 효과를 구축했다.
또한 기업문화의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고 해도 기존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기업과 기업 문화에 있어서 괴리가 크다”며 “금융지주가 아무리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고 해도 기존의 리스크 관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관련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금소법 도입은 지난 몇 년 간 발생한 불완전판매 및 펀드사기 등이 영향을 받았지만 금소법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대출 관리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금융소비자법의 근본적인 취지는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라며 “실제 금소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금융사의 대출 규제는 보다 강화될 것이고, 비대면 거래를 통한 대출도 규제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비우량 주담대) 이후 금소법이 도입됐다. 서영수 연구원은 “미국도 금소법 도입 이후 금융소비자가 은행을 상대로 대출을 받을 때 걸리는 기간은 1주일 혹은 한달 가까이 걸린다”며 “그만큼 (소비자) 상환 능력에 대한 규제가 깐깐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 빅테크들이 (금융결제 사업 제외) 은행업을 하지 않은 이유도 섣불리 금융상품을 판매하다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금소법으로 막대한 과징금과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소법과 관련 내부통제 마련 의무 등 일부 규정에 대해 최대 6개월 유예 기간이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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