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 톡톡] 브레이브 걸스가 탄생시킨 대한민국 청춘 희망가

[금진호의 경제 톡톡] 브레이브 걸스가 탄생시킨 대한민국 청춘 희망가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1-05-03 14:26:19
금진호 연구위원
브레이브 걸스. 요즘 한창 역주행의 신화를 쓰는 아이돌 가수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1년 데뷔한 브레이브 걸스(브브걸)는 7명으로 구성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4명의 멤버가 남아, 올해 초만 해도 히트곡 하나 없이 해체를 생각하며 각자가 다른 일을 찾던 그룹이었다. 이런 브레이브 걸스가 2017년 발표한 <롤린>이 역주행 되어, 방송과 온라인 매체가 뜨겁다. 2월에 멜론이라는 음원 차트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3월엔 모든 음원 차트와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원래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요의 역주행 원조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였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는 스페인어 'Amor Fati'를 가리킨다. 아모르(Amor)는 사랑, 파티(Fati)는 축제 Party가 아닌 운명 Fate를 말한다. 영어로 번역하면 ‘아모르 파티’는 'Love of Fate'가 된다. 아모르 파티의 뜻은 운명에 대한 사랑이다. ‘아모르 파티’는 2013년 발표된 곡이지만 2017년에 역주행을 하더니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곡의 가사는 운명의 필연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고 가슴이 뛰는 대로 살아가라는 가슴 뛰는 멋진 희망가다.

더는 버틸 힘이 없던 브브걸은 해체를 생각하고 취직 준비를 하거나 개인 사업을 생각하며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그때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유튜버가 브브걸의 수많은 군대 위문공연을 했던 <롤린> 영상을 편집하여 재미있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순식간에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하더니, 기세는 더욱 불붙어 현재는 1800만을 넘어섰다. 음원 차트에도 <롤린>이 오르기 시작하며 1주일도 되지 않아 1위까지 차지했으며, 브브걸은 데뷔한 후 처음으로 인기를 실감하며 수많은 출연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브브걸의 역주행은 단지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 하나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브브걸은 국방TV의 <위문 열차> 공연을 100번 가까이 갔다. 군부대 공연이 걸그룹이 인기를 얻는 필수 과정이라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브브걸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군부대 공연을 했고, 군인들의 응원과 사랑에 ‘군통령’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롤린>이 역주행을 하게 된 가장 큰 조력자는 군인이었다. 브브걸의 공연에 열광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에너지가 느껴진다. 환호성을 지르고, 브브걸의 안무를 따라 하는 군인들을 보는 것은 무척 유쾌하고 힘이 솟는다. 

브브걸의 멤버들은 28살에서 31살로서 요즘 10대에 데뷔 하는 걸그룹으로 봐서는 거의 마지막이라고 할 나이다. 브브걸은 아무런 인기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그들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나도 열심히 한다면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브브걸과 비슷한 청춘들은 절망의 시기에 희망의 아이콘을 찾고 열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수식어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최근의 부동산 문제로 인해 젊은이들이 평생 월급을 저축해도 서울의 아파트 하나 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노력’을 비웃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기성세대들의 압축성장 시기에나 가능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기적은 헌신적인 노력과 인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브브걸은 증명했다. 유일하게 불러주는 군부대 위문 공연에 기꺼이 언제나 참여했던 결과가 <롤린>의 역주행이었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주행의 경제학이다. 

여기에 브브걸의 소속사 대표인 ‘용감한 형제’ 역시 거칠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감성적인 대표이자 아버지다. 어린 시절 부모의 차별에 방황하다 소년원까지 다녀온 그는 음악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음악을 하고 싶었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신이 처음 작곡한 렉시의 ‘하늘 위로, 눈물 씻고 화장하고’가 히트하자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렉시는 필자의 조카이기도 하다. 브브걸이 유명해지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탈퇴와 교체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그룹을 해체하는 일 한번 없이 10년 가까이 숙식을 제공하고, 생활비를 지급해주며 앨범까지 만들어줬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기에 감동한 찐 팬들이 늘어났다. 힘들 때마다 조금만 더 버텨 보자는 격려와 사랑이 지금의 희망의 아이콘을 만든 것이다. 

용감한 형제의 믿음과, 브브걸의 노력과 인내, 아이돌 그룹 은퇴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기도하던 그들에게 하나님의 응답이 있었던 것인가! 용감한 형제는 브레이브 걸스의 기사나 사진에 항상 이렇게 댓글을 단다. 
교만× 겸손○ 감사○. 이를 해석하면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고, 감사하자’ 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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