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잘 있었소? 밥이랑 잘 먹고 있소?”
“난 백신 주사 맞아야 가족들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의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경기 안산 소재 경희재활요양병원. 지난해 추석 이후 만나지 못했던 80대 노부부가 두 손을 맞았다. 2년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모씨(34년생)는 지난달 2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면회를 온 아내 이모씨(33년생)는 지난 4월 30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노부부는 편의를 위해 특별히 꾸며진 4층 면회실(일반병실) 침대에 나란히 앉은 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김씨는 “잘 있었소?”라고 묻는 아내의 말에 울먹이면서 손을 잡았고, 이씨는 두 손을 꼭 쥐고 흔들었다. 이어 김씨가 “잘 있었냐”라고 묻자 이씨는 “잘 있지. 추석에 보고 처음 본다. 그때도 얼굴만 봤지.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겄어~ 궁금하고”라고 답했다.
이씨는 남편의 등을 두드리며 “고생했소. 요새는 전화 있으니까 님 보고 싶으면 사진보고, 말하고 싶으면 전화로 해. 요샌 좋은 세상이야”라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자식들도 아버지를 못 보니 보고 싶지. 코로나 때문에 여길 못 왔다. 사람들이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나는 일찍 맞았다. 늙은이들은 일찍 주더만”이라고 말하면서 “처음에는 몸살난거 마냥 밥도 먹기 싫고 아프고 그랬는데 하루 지나니까 괜찮았다.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주 올 거다. 운동 잘 하고 밥 잘 먹고 걸어 다니고. 절대 자면 안 돼, 자면 병이 생기는 거야.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물마시고 밥을 많이 먹고 그래야지. 하여튼 잘 있고 잘 먹고 운동 잘하고 편안한대로 하고 잘 있다가 나아서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을 만나보니 오늘은 좋다. 그렇게 보고 싶은데도 못 보니까”라고 말하면서 “난 (코로나 백신) 주사 맞아야 가족들도 볼 수 있고 여러 사람 다 볼 수 있고 그전과 같이 살 수 있는 걸로 생각했다. (백신을 맞고 만나니) 좋다”고 했다.
요양병원측은 대면 면회 시작으로 국민들의 백신 접종 의사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준영 경희재활요양병원 행정본부장은 “3월 이후로 대면 면회를 하지 못했고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동안 영상통화만 시켜드리고 그랬는데 대면 면회를 하라고 하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 이렇게 접촉 면회를 시작하게 되면 (노인층의) 접종 의사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부터 1단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직계가족 모임에 인원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게 되고, 요양병원·요양시설의 환자나 면회객 중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2차 접종 후 2주경과)했다면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다. 노인의 경우 한 차례 접종만으로도 노인복지시설 이용이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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