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리케인 카터(The Hurricane, 1999)>는, 실존 인물 루빈 허리케인 카터를 모델로 노만 주이슨 감독이 만든 휴먼 드라마다. 영화 속 카터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힘(권투)을 선택했지만, 살인을 했다는 억울한 누명(영화 내용 상 그 이유는 인종차별)을 쓰고 22년간 감옥생활을 한다. 결국, 그를 구원한 것은 단지 25센트짜리 자신의 자서전 '제16라운드'였다. 캐나다 토론토의 환경 운동가 모임의 청년들과 함께 사는 흑인 소년 레스라는 태어나 처음으로 한 권의 중고 책을 구입한다. 그 책을 읽고 카터의 결백을 확신하게 되고, 자신의 후원자들과 구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마침내 카터는 1985년 7월 석방된다. 50대의 나이로 법원을 나서는 루빈 카터의 눈엔 연방 법원의 입구에 새겨진 문구가 선명하게 클로즈업 된다. 정의는 신이 받쳐주는 가장 굳건한 초석이다.(‘ADMINISTRATION OF JUSTICE IS THE FIRMEST PILLAR OF GOD').
서양에서 ‘나무’를 나타내는 라틴어 보스쿠스(boscus)에서 나온 단어로는 서적(bouquins) 및 장작(buche), 깍다(bucher), 나무(bois), 작은 숲(bosquet), 책(book, Buch) 등이 있다. 또한 리브르(Livre, 책)는 나무껍질을 이어주는 얇은 막을 뜻하는 라틴어 리베르(liber)에서 나왔다. 과거에 자작나무 줄기에서 겉껍질을 벗겨내서 얻은 속껍질 층에 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무가 글을 기록할 수 있는 재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애래, “디자인 활용을 위한 한국 전통 나무이미지의 상징성과 조형성 분석”, 연세대학교 대학원 생활디자인학과 박사학위논문, 2008.12. p.12.). 따라서 문자가 발생하면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면 책이 탄생되고 나서부터 비로소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감독 노먼 주이슨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젊었을 때는 나는 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시니컬해진다. 하지만 <허리케인 카터>를 통해 사람들 간의 진정한 관계가 이뤄낸 기적, 그리고 마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루빈 카터와 소년 레스라의 관계, 그들의 순수한 믿음과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이는 “증오가 나를 감옥에 가두었지만, 사랑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는 카터의 대사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 준 것은 단지 25센트짜리 책 한 권이었다. 책이야 말로 카터에게 자유를 되찾아 준 일등공신이었다.
책속에는 지극히 즐거움이 있다(書中有至樂) 그리고 책속에 많은 재물이 있고 한량없는 보화가 있다(書中自有萬鍾祿). 애머슨은, “출판되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읽지 말라, 유명한 책이 아니면 읽지 말라, 애호하는 책 이외는 읽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좋은 책을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이를 읽는 독서는 하나의 창조 과정(에렌 브르그)이며, 신이 인간에게 책이라는 구원의 손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상의 모든 영광은 망각 속에 되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리처드 베리) 지식은 정신의 음식(소크라테스)이므로, 독서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우며, 한 줄의 문장이 인생을 바꾼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운명까지 바꾼다.(다이애나 홍, '책 속의 향기가 운명을 바꾼다' 중에서) 영화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