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6월에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다. 의료계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갈린 탓이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와 보험업권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사하지 않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진료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전산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금융·보험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팩스나 우편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요청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가 편리해지는 만큼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며, 보험사들도 디지털전환·소비자 친화를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실손보험 간소화로 의료정보 전산화로 인한 개인정보 누출 위험이 있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필두로 전재수·고용진·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5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발의 당시 보험업법 개정안은 오는 6월 법안소위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끝내 심사가 안 된 것.
이에 금융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단체와 보험업권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대립해왔지만, 실손보험 간소화 만큼은 양 쪽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의 편익과 보험업계의 이견이 일치한 만큼 이번 소위심사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반드시 통과가 필요한 법안인 만큼 계속해서 공청회를 열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는 과정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단체도 보험업계와 같은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국장은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실손보험 가입자의 절반이 서류 청구의 불편함으로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며 “또한 본인 동의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가 동의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의료계는 반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임이 명확한 만큼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는 잠시 미뤄졌을 뿐, 심사는 이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6월 법안소위는 일정이 촉박한 만큼 이견이 갈리지 않는 ‘무쟁점 법안’ 위주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 심사는 하반기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고, 빠르면 7월 안건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여야 간 의견이 갈리는 법안은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 의원 사이 이견이 갈리는데다가 최근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은 “사적인 계약에 대해 의료기관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의료계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배진교 정의당 의원도 민감한 개인 건강 정보가 보험사로 연계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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