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숙 대구대 다문화협력센터장(LINC+사업단 부단장)은 결혼 이주 여성들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육공학 박사인 그는 대한민국에 처음 ‘다문화’란 단어가 사용될 때부터 다문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는 한국어는 물론, 한국의 문화, 교육 시스템이 생소한 결혼 이주 여성들 자녀들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다.
그러나 다문화 자녀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란 일부 사람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정숙 다문화협력센터장은 14년 전 처음 학교에 다문화 자녀들과 관련된 컨설팅을 다닐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학교 부적응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은 뛰어난 자질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는 다문화 자녀들을 칭찬하는 선생님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이중 언어 심사를 가도 다문화 자녀들의 표현력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라서 학교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일반화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대구대, ‘최고의 콤비’
오정숙 센터장이 다문화 이주 여성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 장흔성 경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만나면서다.
오 센터장은 “다문화 지원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장 센터장을 만나면서 같이 손을 잡고 경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전국 단위 샘플로 성공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문화화 되어가는 사회적 변화에 대구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구대가 다문화 지원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높은 인류애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대학 설립 취지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사회복지와 재활, 특수교육 3개 분야가 특성화된 대구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관과 협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 센터장은 원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핵심 인력인 다문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장 센터장을 만나 함께 다문화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결혼 이주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잘 성장하고 있으며,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결혼 이주 여성들의 무한한 잠재력에 눈을 떴다. 이들에게 합당한 맞춤형 기회를 주면 우리 사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이다.
자존감과 자신감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
글로컬 시대의 주역을 꿈꾸며 성공 창업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오 센터장은 먼저 이들의 ‘열정’을 꼽았다.
그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출석률이 저조해 장기 프로그램은 끌고 가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글로벌레이디는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그런 고정 관념을 깨트렸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성과 즉, 돈을 벌고 있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이 자체가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속도는 더디다.
다문화 초창기 시설부터 가까이에서 이들을 지켜본 오정숙 센터장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밝고 당당해졌으며,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강의 등을 가서 한 번씩 이들을 만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굉장히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제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사고의 전환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 보여주는 다문화 자녀들도 늘어
대구대 다문화협력센터가 꾸준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중 언어 교육과 드론 자격증 취득 교육 등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사업에서도 결혼 이주 여성들의 달라진 인식은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장 좋은 롤 모델이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달리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이중 언어를 쓰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주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이중 언어 교육을 적극 권장하는 것 역시 달라진 점이다.
오 센터장은 “전국 단위 이중 언어 대회에 가면 평가 교수들이 극찬할 정도로 경북 다문화 자녀들의 이중 언어 실력이 대단하다”며 “아이들이 이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기대가 될 정도”라고 했다.
“경북형 모델을 전국 성공 사례로 만들고 싶어”
오 센터장의 향후 계획은 ‘경북형 모델’이 된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의 성공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란 구분 자체가 사라지는 대한민국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글로벌레이디 같은 사례는 전국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동안 경북도와 대구대에서 추진해 온 교육 과정이나 전략 등을 각 지역에 맞게 가감한다면 타 지역 결혼 이주 여성들의 불안감과 시행착오를 없애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앞으로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다문화 가족을 비롯한 외국인의 비중은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쩔 수 없어 ‘다문화’란 말을 쓰지만 나에겐 그냥 똑같은 대구·경북의 아이들”이라며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할 뿐”이라고도 했다.
오 센터장은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다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다문화 가족들은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사회 구성원이란 인식을 높여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나 홍보,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과 함께한 3년 동안 이들이 성장하고 변화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즐겁고 감사했다는 오정숙 센터장.
오 센터장이 주문을 걸듯 얘기했다.
“가끔 10년 또는 20년 후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내가 아는 결혼 이주 여성이나 다문화 자녀 중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경영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순간을 상상합니다. 머지않아 나의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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