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중·고교 중국어 교과서가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오역해 논란이다. 기초 교육자료인 교과서가 학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비판이 거세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VANK)는 29일 국내 중·고교생용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인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다락원 등이 김치를 파오차이로 잘못 번역했다고 지적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한 염장 채소로, 한국 김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음식이다. 중국은 파오차이에서 김치가 파생했다고 주장한다.
반크에 따르면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고 묻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번역했다. 능률출판사는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 만들기 항목에서 파오차이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랄)을 함께 제시했다. 지학사는 ‘한국 식당의 차림표’라는 소개에서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나타냈다. 정진출판사는 한국 음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현했다. 다락원은 ‘중국어로 식단 짜보기’ 활동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했다.
반크는 오역한 국내 대표적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를 대상으로 시정을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교과서의 잘못된 표기가 중국 정부 ‘김치공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교사 김모(32·여)씨도 “학생들에게 김치가 중국의 절임 채소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중국의 잘못된 주장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48)씨는 “교과서에 잘못된 정보가 담겨있으면 어떡하냐”며 “출판사는 자국 음식의 정확한 이름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시사북스, 정진출판사, 능률출판사 관계자는 논란된 부분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학사 측은 “즉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오역이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다락원 관계자는 “교육부가 제공하는 기본 어휘표를 맞춰 교과서를 제작했을 뿐”이라며 “지금껏 김치는 파오차이로 표기됐다. 오역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427호에 따르면 김치는 신치와 파오차이 두 가지로 중국어 표기가 가능하다. 이 훈령은 지난해 7월 제정됐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비판이 잇따르자 문체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훈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노골적으로 김치 공정을 펼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은 자사 백과사전 서비스에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게재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김치 제품을 중국에 팔아 공분을 샀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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