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의 1심 선고결과가 오는 27일로 미뤄졌다. 이번 판결은 금융사 수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보니 전 금융권에서 판결 향방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이 윤 전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 관한 1심 판결이 1주일 연기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손 회장 측의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오는 27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법원 측은 기일 연장 이유에 대해 “논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한 펀드들를 말한다. 이들 국가의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면서 2019년 8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불러왔다. DLF 피해 투자자는 3243명으로 투자금액은 7950억원에 달한다.

이번 판결은 금감원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미비하게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DLF 불완전판매 등을 인정하지만, 당시 내부통제가 적절히 작동한데다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경영진 중징계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판결의 향방에 따라 금융사 수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시금석’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오는 27일 나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번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하게 된다면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LF사태 뿐 아니라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관련 최고경영자(CEO)관련 징계도 영향을 받게 될뿐더러 향후 금융사고에 대한 CEO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은행·증권사 CEO들도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사전 통보받은 바 있다.

또한 금융위도 손 회장 1심 판결을 지켜본 후 CEO 징계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결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금감원과 우리은행은 현재 판결과 관련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전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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