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P2P 유사수신’...근절 방법 없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P2P 유사수신’...근절 방법 없을까

사기업체 제작·외주운영까지 1000만원 이내에 가능
박재호·김한정 의원 유사수신 형량 강화·단속 법안 발의

기사승인 2021-09-30 06:20:02
유사수신 사기업체 홈페이지. 9월 기준 모두 홈페이지를 닫고 잠적해 피해가 발생했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P2P(개인간 거래)금융을 빙자한 유사수신사기 ‘몽키레전드’가 지난해 여름 경 수많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입힌 이후 약 1년이 지났다. 이후 드래곤스타, 동물농장, 호텔킹 등 같은 수법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또 다시 발생했다. 급기야 지난달 ‘패션킹’이라는 유사수신 업체가 잠적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서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P2P 유사수신 사기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업체를 만들기 쉬운 구조 ▲투자자들의 욕심 ▲낮은 처벌 형량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중첩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사수신 처벌 강화를 비롯해 철저한 모니터링 및 차단이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잠적한 패션킹 홈페이지. 사진=피해자 제보

‘몽키드래곤’ 터진지 1년, ‘패션킹’ 또 터졌다

지난해 여름 경 동아시아 지역에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몽키레전드’ 사태는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신종 유사수신 사기’로 불렸다. 한국에서도 몽키레전드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피해사례가 보고됐다. 몽키레전드의 경우 사기업체 총책이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P2P 유사수신 사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P2P금융’이라고 사칭한 뒤 투자자간 가상 아이템 구매 후 판매할 경우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사기꾼들은 이 가운데 최초 아이템 판매와 수수료 수익만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방식의 형태다.

지난달 발생한 ‘패션킹’ 사태도 ‘유사수신 사기’로 분류된다. 다만 패션킹은 몽키레전드 이후 동물농장이나 드래곤스타 등 유사수신 사기들과는 유형이 조금씩 달랐다. 피해자들은 최대 1000억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역대급 사건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패션킹이 다른 유사수신 사기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운영진이 한국에 귀화한 중국 동포 김모씨와 그의 아내인 이모씨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하위 운영진이나 조직원들도 김씨 부부의 친인척이나 주변 지인들로 구성됐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한국인 뿐 아니라 중국 동포들도 투자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금을 모두 잃은 피해사례가 점점 늘어나면서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피해자 60여명으로부터 패션킹 측의 수익 보장을 믿고 투자했다가 20여억원을 날렸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지난달 접수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유사수신 업체 제작부터 운영, 광고까지 1000만원 이하에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제공=법무법인 이보

‘사기업체’ 제작비용 겨우 300만원…“잠적해도 쉽게 범죄 이어갈 수 있어”

현재 패션킹 같은 ‘P2P 사칭’ 사기뿐 아니라 불법 FX마진, 주식리딩, 가상화폐 거래 등 다양한 유형의 유사수신 사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사수신 업체들이 난립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기업체 홈페이지 구축비용이 겨우 3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값싼데다가 쉽게 만들 수 있어서다.

법무법인 이보에 따르면 유사수신 업체들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10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9월 기준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와 주식거래소 형태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최소비용은 300만원이다. 여기에 사기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비용 300만원을 추가하면 약 600~700만원에 멀쩡해 보이는 유사수신 업체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방법도 간단하다. 카카오톡·네이버 라인 등 모바일 오픈채팅방에 유사수신 업체들을 광고해주는 업체들에게 의뢰를 맡기면 된다. 법무법인 이보 이재욱 변호사는 “물건을 판매하는 불법다단계는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만, 유사수신 사기꾼들은 천만원 가량의 업체 구축비용과 사무실 하나만 있으면 간단하게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잠적’을 하더라도 다시 홈페이지 제작만 하면 간단하게 유사수신 사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유사수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다단계사기 등 서민금융 사기 근절을 위한 ‘다중사기 범죄 피해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유사수신행위 대상 범위 확대, 금융위의 직권조사권 및 자료제출요구권 신설 등 최근 문제가 되는 유사수신 플랫폼을 단속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담겨져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유사수신행위 범죄자가 유발한 피해금액이 50억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이상 50억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한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유사수신행위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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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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