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10년 전 자신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장소에서 30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17일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라크와 6차전에서 1대 0으로 앞서던 후반 23분 조규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득점으로 2대 0으로 앞서간 벤투호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까지 골을 넣으면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전반 33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한국은 후반 29분 손흥민이 페널티킥 골을 터트리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조규성(김천)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오른쪽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세리머니까지 하고 하프 라인까지 넘어왔는데 VAR(비디오판독) 끝에 다시 킥을 차게 됐다. 킥을 하는 순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먼저 움직였다는 판정으로 인해 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손흥민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번에는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고 가운데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경기에서 골대만 2차례 맞히는 등 골대 불운에 시달리며 득점에 실패했는데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만회했다.
손흥민의 득점 후 정우영이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하자, 손흥민은 정우영에 어깨동무를 하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96번째 A매치에서 작성한 통산 30번째 골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 A매치 최다득점 공동 6위로 올라섰다. 허정무, 최순호, 김도훈 등 시대를 풍미한 스트라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이날 경기가 열린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은 손흥민이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도를 상대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곳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당시 19살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인 10년 만에 주장 완장을 차고 다시 찾은 경기장에서 득점포를 성공시키는 역사를 썼다. 10년 만에 이 경기장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10년 전처럼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현지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어려운 경기였는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승리해서 기쁘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대표팀의 일원이라는게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