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 카드론 금리 올라
올해 3월 가계대출 규모가 1000조를 넘으면서 당국이 대출 잡기에 나섰다. 하반기에 각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와 한도 조정, 부동산 대출 중단 조치 등을 내놨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대출 규제를 받는 카드업계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등 억제 조치를 취했다.
25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카드사 8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NH농협카드) 가운데 5개의 평균 금리가 10월에 비해 1%p 가까이 상승했다.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삼성카드는 10월 13.73%에서 11월 14.72%로 0.99%p 올랐다. 현대카드도 같은 기간 13.13%에서 14.09%로 0.96%p 상승했다.
대출 규제에 기준금리 상승 여파까지 더해져 대출자들의 평균 금리가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자금 조달 원천인 카드채 금리도 오른다.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카드론을 주로 쓰는 중·저신용자 등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카드사들이 자금을 빌리는 이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DSR 규제와 카드론 금리 상승으로 내년에는 수요자들이 대출받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른 수건 비튼다…14번째 수수료 인하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면서 당국은 2022~2025년에 적용될 카드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내년 1월 말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0.8%에서 0.5%로 인하한다. 연 매출 3억원~5억원인 가맹점은 1.3%에서 1.1%로, 5억원~10억원 이하는 1.4%에서 1.25%, 10억원~30억원은 1.6에서 1.5%로 낮춘다. 수수료가 인하되는 가맹점은 전체의 96%로, 총 4700억원에 달한다.
당국의 거듭되는 수수료 인하에 카드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미 카드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 조치로 적자 폭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다.
국내 주요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 모집인 규모가 줄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최대 10만명에 육박했던 모집인이 현재 8500명 남았다. 수수료가 인하됐던 지난 2017년 현대카드에서 500명 정도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면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도 수수료 인하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카드사가 신용판매 부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이자할부 중단 등 소비자의 혜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혜택은 두더라도 주기적으로 하는 무이자 할부를 없애거나 혜택이 많아 ‘혜자카드’라 불리는 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 혜택을 줄이지 않으려면 연회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시범 나선 카드사, 똑똑한 금융비서 온다
내년 1월부터 개인정보를 원하는 곳에 한데 모아 사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된다. 카드사와 은행, 보험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비씨카드는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지출 내역 분석하고, 소비 성향 자산에 따른 최적의 금융 상품을 추천해준다.
하나카드는 결제 앱 ‘원큐페이’를 통해 내 자산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의 모든 자산 현황과 현금흐름, 소비 진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헬스‧자동차‧부동산‧핫플레이스 등 라이프케어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 사용액, 대출잔액 등 부채 정보와 함께 개인의 신용정보를 레벨화 해 신용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돕는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추가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