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훗스퍼가 ‘콘테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한국 토트넘 팬들 사이에선 ‘이맛현(이 맛에 현질한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EPL’ 19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홈경기에서 해리 케인, 루카스 모라,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3대 0으로 승리했다. 지난 9월에 당한 0대 3 완패를 설욕했다.
올 시즌에 앞서 누누 산투 감독을 부임했던 토트넘은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를 달렸지만, 이후 7경기에서 2승 5패를 기록하며 침몰했다. 결국 누누 감독은 3개월 만에 짐을 쌌다.
이후 토트넘은 지난 여름 공을 들였던 콘테 감독을 11월에 영입했다. 콘테 감독이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은 1500만 파운드(약 241억 원)로 EPL 20개 구단 사령탑 중 공동 2위에 해당한다. 평소 짠돌이 이미지가 강했던 토트넘이 건 승부수였다.
거금을 들인 토트넘의 콘테 감독 영입은 지금까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콘테 감독은 부임 후 6경기 만에 4승 2무를 기록하며 승점 14점을 따냈다. 누누 감독은 경질되기 전까지 10경기에서 5승 5패로 승점 15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 때 리그 11위까지 떨어졌던 토트넘의 리그 성적도 5위(승점 29점)까지 급상승했다. 한 계단만 더 순위를 끌어올리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노려볼 수 있다. 게다가 토트넘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탓에 4위 아스널(승점 35점)보다 3경기나 덜 치렀다.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
전술적으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콘테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3백 전술을 이식한 토트넘은 수비 시 이전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저지한다. 양쪽 사이드백인 세르히오 레길론, 에메르송 로얄을 활용한 측면 공격도 누누 산투 감독 시절에 비하면 상당히 빨라졌다.
선수들의 활용도도 커졌다. 누누 감독은 자신이 애용하는 선수만 계속 출전해 선수단의 불만을 샀다. 반면 콘테 감독은 벤 데이비스, 라이언 세세뇽, 스티븐 베르흐바인 등 그간 잘 활용되지 않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해내면서 로테이션 활용도를 높였다.
시즌 전 맨체스터 시티 이적설에 휘말리며 한동안 구단과 갈등을 빚었던 공격수 해리 케인도 콘테 감독 밑에서 점점 기량을 되찾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23골 18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석권했던 케인은 올 시즌 초 리그 10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치며 비판 받았다. 그러나 콘테 감독의 신뢰를 받으면서 점점 경기력이 오르고 있다. 27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최근 리그 2경기 연속골을 올렸다.
선수들도 콘테 감독에 대한 믿음이 크다.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는 “콘테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깊게 파고들고 있고,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그는 월드클래스 감독이며 우리의 여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도 “콘테 감독은 훈련마다 열정적이고 모든 선수가 그의 철학과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고 산체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토트넘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한 계단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다음 이적 시장에서 1억 유로(약 1363억 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콘테 감독에게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토트넘은 밀란 슈크리니아, 프랭크 케시에(이상 AC 밀란), 두산 블라호비치(피오렌티나) 등 차세대 슈퍼스타들과 연결되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