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가 사측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지 이틀째. 노조는 CJ그룹 본사에 모여 이재현 CJ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외쳤다. 택배요금 인상분의 공정한 배분, 부속합의서 즉각 철회 등이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택배노조는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민에겐 택배요금 인상, 택배노동자는 수수료 삭감’, ‘택배노동자 착취해 이윤 창출’, ‘노동조합 인정하라’, ‘이재현 회장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항의서한에서 “지난해 박근희 CJ대한통운 전 대표이사가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했는데, 새로 취임한 강신호 대표이사는 과로사 재발에 전력을 다하는 게 아니라 오직 기업 이윤만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CJ대한통운 탐욕의 근원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수익성 제고’ 방침이 있다”라며 “강 대표를 임명한 이재현 회장이 그룹의 책임자로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택배요금을 170원 올렸지만, 대부분이 노동자 복지에 쓰이지 않고 회사의 이윤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표준계약서의 부속합의서에 명시된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 무조건 배송’ 등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통상 수수료 배분방식에 따라, 택배요금 인상분의 절반이 이미 택배기사들에게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언급한 부속합의서에 대해서도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논의 후 국토교통부의 법적 검토 및 승인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모든 사항에는 주당 작업시간 60시간 이내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고도 강조했다.
노조는 이재현 회장을 압박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노조는 “이 회장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어떤 형식의 대화 요구에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결의대회에는 약 200여명의 노조원이 참석했다. 대형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노조는 결의대회가 끝난 후 항의 서한을 이재현 회장에게 전달하고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스퀘어, 숭례문, 삼성본관 등을 거쳐 CJ대한통운 본사까지 행진했다.
앞서 노조는 전날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파업에는 노조원 2500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노조원 1650여명이 참여한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과 파업을 지지하는 비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 자체 상품 규정을 벗어난 물량은 배송하지 않는 식으로 파업에 간접 참여한다. 다음달 3일부터는 배송 전 분류 업무에 나서지 않는 개별분류 이행촉구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이 취급하는) 전체 물량 중 10% 이상이 접수조차 되지 않는 물건이 될 것 같고 정상 배송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택배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전체 물량 중 20% 이상이 이번 파업으로 정상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