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의 “‘그 해 우리는’, 데뷔 12년 만의 대표작이죠” [쿠키인터뷰]

노정의 “‘그 해 우리는’, 데뷔 12년 만의 대표작이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2-08 18:18:04
배우 노정의.   사진=박효상 기자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은 사랑도 당차게 할까.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누군가는 소심해지지만, 다른 누군가는 짝사랑도 당차게 한다. SBS ‘그 해 우리는’의 엔제이(노정의)가 그랬다. 짝사랑 상대에게 호감을 표현하면서도, 마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엔제이를 연기한 배우 노정의는 “솔직하고 쿨한 모습에 저절로 이입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파격 변신이었다. 생애 처음 긴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아역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노정의에겐 모험이자 설레는 도전이었다. 화려한 아이돌 스타일링은 즐거웠다. 극 초반에는 ‘실제 아이돌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반응이 괜찮아서 다행이었어요. 낯선 스타일이라 잘 어울릴까 걱정했거든요.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시니 안심됐죠. 금발은 저와 감독님, 스타일리스트 모두의 의견이 다 반영돼 나온 결과물이에요. 겉모습이 화려해야 엔제이의 내면이 비어있다는 게 잘 드러나겠다 싶었어요. 손톱, 귀걸이, 속눈썹같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 꾸미려 했어요. 스타일리스트님이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저는 편안히 연기할 수 있었지만요.”

SBS ‘그 해 우리는’ 스틸컷. 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익숙하지 않던 옷은 어느 순간 편해졌다. 엔제이에게 동화되는 과정이 그랬다. 짝사랑하는 최웅(최우식)에게 다가가는 모습에도 점차 이입됐다. “저는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면 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데 엔제이는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노정의는 엔제이의 표현법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엔제이가 (최)웅이에게 쿨한 모습으로 보이길 바랐어요. 예의가 없어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죠. 선을 지키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엔제이는 마냥 밝아 보이지만 두려움이 많은 친구예요. 주변에 사람이 많아 보여도 본 모습은 쓸쓸하거든요. 감정을 감추고 일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속에는 아픔이 많고요. 실제 연예인들도 모두 같은 고민을 겪을 것 같아서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어요.”

아역배우로 데뷔해 12년 차에 접어들었다. 자연히 엔제이의 감정에 공감됐다. 그가 뱉는 대사로 대리만족도 했다. ‘나 사실 작가님 그만큼 많이 안 좋아했어요. 그냥 적당히 좋아했어요. 아니, 그냥 벌써 다 까먹을 만큼, 쥐똥만큼 좋아했어요.’ 엔제이가 최웅에게 건넨 이 말은 노정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청자로서도 최웅과 국연수(김다미)의 매 순간에 열광했다.

배우 노정의.   사진=박효상 기자

“웅이는 어떤 대가도 없이 엔제이를 위로해줬어요. 엔제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죠. 엔제이로서는 아쉽지만, 그래도 웅이는 (국)연수 거잖아요. 엔제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봐요. 각자 성장했으면 그걸로 충분하잖아요. 다음에 좋은 연애를 하면 되죠. 웅이와 연수는 보면서도 설렜어요. 두 사람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다른 사람 아니고 우리잖아. 그저 그런 사랑 한 거 아니고, 그저 그런 이별 한 거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을 정말 좋아해요. 나중엔 저도 주인공으로서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 해 우리는’으로 데뷔 첫 신인상을 받고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위로이자 격려 같았다”며 당시를 돌아보던 노정의는 “10년 넘게 잘 버텨왔으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그에게 연기는 매번 새롭고 즐겁다. 좋아하고 행복한 일에 힘쓰다 보니 책임감도 커졌단다. 종종 그를 찾아온 슬럼프도 이겨냈다. 노정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쌓여 슬럼프가 되는 것”이라며 “그만큼 잘 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늘 하고 싶은 게 많은 배우다.

“‘그 해 우리는’을 통해 밝고 사랑스러운 연기와 성인 배역, 화려한 캐릭터 모두 처음 경험했어요.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정말 기쁘죠.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이런 현실적인 로맨스도 더 해보고 싶어요. 대표작이 생긴 것도 기뻐요. 아직 해보지 못한 장르가 많으니까, 하나씩 다 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아닌 캐릭터가 먼저 보이는 배우가 꿈이에요. 사실 또 다른 꿈이 있는데… 예능에 정말 나가보고 싶거든요. 여러 영역에서 사랑받고 싶어요. 올해도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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