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삼겹살 가격이 평년보다 30%가량 오른 데다, 삼겹살과 함께 곁들이는 소주 등 주류 가격도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진 탓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국산 냉장 삼겹살(100g)의 소매 가격은 2364원으로 전년대비 19.6%, 평년대비 29.8% 상승했다. 수입 냉동 삼겹살(100g) 소매가격 역시 1344원으로 전년대비 13.9%, 평년대비 17.9% 올랐다. 삼겹살 한 근(600g)의 가격도 1만4000원 이상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로 가정 내 육류 섭취가 늘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오름세다. 이외에도 사료와 물류비용 증가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삼겹살과 단짝인 소주와 맥주 가격도 들썩인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가격인상이 줄줄이 이어졌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18일 참이슬 등의 출고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소주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오비맥주도 오는 8일부터 국산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할 예정이다.
이젠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자’는 말조차 부담스럽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7.7%), 햄버거(7.6%), 설렁탕(7.5%),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삼겹살(5.9%), 돈가스(5.7%) 등의 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통업계는 이번 삼겹살데이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준비 물량과 행사 기간을 역대 최대로 늘렸다. 삼겹살데이는 2003년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워진 양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축산업협동조합(축협)이 기획했던 행사다. 이후 생산자와 유통채널이 매해 3월 3일 전후로 돼지고기 소비촉진을 위해 연례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오는 9일까지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100g)을 행사카드로 구매시 40∼50%, 냉동삼겹살은 30∼40%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평소 한 달치 판매량인 500여톤 규모의 냉장 삼겹살과 목심을 준비했다. 행사 기간도 기존 5일에서 7일로 늘렸다.
롯데마트도 오는 6일까지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을 최대 40% 할인한다. 캐나다산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심은 30%, 국내산·스페인산 냉동 대패삼겹살은 2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보다 행사 물량을 30%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1등급 이상 일품포크 삼겹살과 목살을 50% 할인 판매한다. 대형마트들은 고기와 곁들이기 좋은 와인도 함께 할인 판매한다.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만큼 이번 행사 때 돼지고기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겹살도 만만치 않게 올랐지만, 이날만큼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가 즐겼으면 좋겠다”면서 “실제로 삼겹살 데이는 추석 설 명절과 함께 연중 돼지고기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