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화폐) 시장 규모가 55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6789억원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기준 5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내 가상화폐시장에 대해 처음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29개 가상자산사업자(24개 거래업자, 5개 기타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중 영업 초기 단계인 기타업자 5개사는 유의미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아 이번 조사 결과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하반기 24개 거래업자의 거래 금액은 2073조원,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원화마켓 사업자 거래 비중이 약 95%(10조7000억원)에 달했다. 원화마켓은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어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 운영하고 있다.
가상화폐 매수·매도에 대한 평균 수수료율은 0.17%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주식 매매 수수료율 0.0027%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3분기 전체 거래업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의 99.3%가 원화마켓, 0.7%가 코인마켓에서 각각 나왔다. 다만 일부(9곳) 코인마켓 사업자는 영업손실을 냈다.
사업자 간 중복을 제외하면 국내에 유통되는 가상자산 종류는 모두 623종이다. 특히, 특정 사업자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이 403종으로 국내 유통 가상자산의 65%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대비해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가상자산의 비중이 작고, 비주류·단독상장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 비중은 글로벌 마켓에선 59%에 이르지만 국내 원화마켓에선 27%, 코인마켓에선 9%에 각각 불과했다.
FIU는“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19종은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이 70% 이상에 달해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 수는 1525만명이지만,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558만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7%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20대(23%), 50대(14%), 60대(4%) 순이었다. 성별은 남성(67%)이 여성(33%)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용자의 56%에 해당하는 313만명이 지난해 말 기준 100만원 이하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1000만원 이상 보유한 이용자는 82만명으로 전체의 15%다. 거래 참여자들은 하루 평균 4회 거래했다. 1회 평균 거래금액은 약 75만원이다.
FIU는 “조사 결과 자금세탁방지(AML) 인력 비중이 8% 수준으로 낮아 사업자들은 추가 전담 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반기별로 실태조사에 나서 국내 가상자산시장 데이터를 축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