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논란’ ‘직능 갈등’ 뒤엉킨 비대면 처방·조제

‘불법 논란’ ‘직능 갈등’ 뒤엉킨 비대면 처방·조제

플랫폼 닥터나우

기사승인 2022-03-12 07:00:07
닥터나우·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홈페이지 갈무리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비대면 처방·조제’ 고시에 대한 플랫폼 업계와 약국가의 엇갈린 시각이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을 둘러싼 대립각이 약사·한약사 직능갈등까지 불거져 논란을 키웠다. 약사 단체들은 의약계에서 비대면 플랫폼을 걷어내기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닥터나우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닥터나우는 의료기관 및 약국과 제휴를 맺고 환자들에게 비대면 처방·조제·약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다. 약준모는 약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불법 상황과 피해 사례를 수집한다는 취지로 배달앱 신고센터를 운영했는데, 닥터나우는 이런 신고센터가 명예훼손이자 영업방해라며 문제삼은 것이다.

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배달 서비스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 놓여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불법이지만,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합법인 모호한 지위다. 현행 약사법 제50조 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지난 2020년 2월부터 복지부는 공고 제 2020-177호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발표하고, 비대면 처방·조제를 일부 허용했다. 이후 현재까지 환자가 의사나 약사를 만나지 않고도 의약품을 처방받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닥터나우와 약준모 모두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대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준모는 맞고소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조사된 의약품 배달앱의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약준모 측은 △배달앱 신고센터가 회원 약사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배달앱과 제휴하는 약사들이 불법 행위해 연루될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플랫폼·약국가 대립, 약사vs한약사 직능 갈등까지
 
법정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플랫폼에서 약사와 한약사가 부딪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약사 개설 약국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 ‘불법 조제’ 논란이 일어나면서다. 해당 약국은 처방전 내역과 다른 의약품을 플랫폼 이용 환자에게 배송했으며, 이 의약품은 국내에서 정식 허가되지 않은 불법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에 약국가의 오랜 쟁점인 면허 범위 다툼이 불거졌다. 약사법 제2조에 따르면 약사는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을 다룰 수 있다. 한약사는 한약제제 의약품 및 한약을 다룰 수 있다. 약사와 한약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은 한약제제이면서도 일반의약품인 제품 뿐이다. 

그런데 약사와 한약사는 모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즉,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해 약사를 고용해도 된다. 고용된 약사가 그 약국에서 한약 및 한약제제 의약품 이외의 전문의약품을 취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법률의 허점과 플랫폼의 위험성이 중첩돼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 약국가의 지적이다.

비대면 처방·조제와 한약사 약국을 둘러싼 제도적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대한약사회는 “한약사는 내과 등 의료기관에서 발행되는 처방전을 접수하거나, 이를 근거로 의약품을 조제하지 못한다”며 “또한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조제 시 처방약 봉투에 약국명·약사명이 기재돼야 함에도, 플랫폼과 연계된 한약사 개설 약국에선 약사법상 기본적 준수사항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더 이상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약사 개설약국의 불법조제 및 약사법 위반행위를 엄중 처벌하고, 불법을 조장하고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배달앱 업체에도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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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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