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커티(The Associate, 1996)’와 유리천장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미스터 커티(The Associate, 1996)’와 유리천장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3-16 10:41:0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국가나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심인력의 보유 및 활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최근의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노동력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거론되는 게 바로 여성인력과 고령인력이다. 고령인력 활용은 최근 고령화 급진전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증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여성인력의 활용은 저조하며, 여성 관리자는 소수에 불과하므로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미스터 커티(The Associate, 1996)>라는 영화를 통하여 여성인력 활용을 가로막는 차별대우(유리천장)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로렐 아이레스(우피 골드버그)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기회를 자신이 키운 것이나 다름없는 남자 부하직원인 프랭크(팀 댈리)에게 빼앗긴다. 회사의 불평등한 대우에 분노한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로렐 아이레스’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차린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자신의 성(여성)보다는 이성(남성)으로 가장했을 때 재능과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인정받는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은 잠시,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커티)에 의해 자신의 존재는 없어(?)지고 오히려 성공을 방해하게 된다. 그러자 로렐은 자신의 정체를 당당하게 밝히고, 일장 연설을 통하여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직장 내에서의 여성차별(유리천장)이라는 사회적 모순을 비판한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표현은 1986년 Wall Street Journal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 내 성 차별로 인해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고위 경영층으로 진출하고자 할 때 겪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invisible obstacles)를 일컫는 표현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성의 날 29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평가에 사용되는 10개의 지표는, ‘① 고등교육 수준 ②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③ 성별 임금 격차 ④ 양육비용 ⑤ 여성 출산/육아휴가 권리 ⑥ 남성 출산/육아휴가 권리 ⑦ 경영대학 지원현황 ⑧ 기업 내 임원 여성비율 ⑨ 기업 이사회 여성비율 ⑩ 국회의원 여성비율’이다.

2022년 3월 7일(현지 시각)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2013년부터 10년 연속 OECD ‘꼴찌’였다. 한국의 남녀 소득 격차는 31.5%(OECD 평균 13.5%)로 29위(최하위)였는데, 28위인 일본(23.5%)보다도 8%P나 더 높았다. 그리고 중간관리자 여성 비율 15.6%(29위, OECD 평균 31.9%),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8.7%(29위, OECD 평균 28%),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남성보다 19.7% 낮은 수준(28위, OECD 평균 격차 15.6%), 남녀 고등교육 격차 28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 19%(26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다만 한국은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부문에서 일본에 이어 조사대상국 가운데 2위였으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자료를 보면, 여성이 노동시장에의 참여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의 임원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시세이도그룹의 우오타니 마사히코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성장 비결을 ‘여성인재의 발굴과 등용’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취임 전 0%이던 여성 이사와 감사 비율을 4년 만에 45%로 끌어올렸다.(한국경제, <[사설] ‘한국기업 여성임원 비율 세계 꼴찌’에 담긴 숙제>, 2019.10.17. A35면) 또한, 2018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가 2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함으로써, 남성 중심적이던 월가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나가야 함은 물론이겠지만, 여성도 스스로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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