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6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19일 기준 7만6900원에 거래됐다. 3개월만에 12% 떨어진 것이다. 아울러 연초 469조2249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401조7664억원으로 70조원 가량 증발했다.
10만 전자를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약세 배경은 세 가지로 꼽힌다. 먼저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위축됐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확산하자 반도체주가 타격을 입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네온가스는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생산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네온가스 가격은 전쟁 발발 후 전년 대비 최대 200%까지 치솟았다. 크립톤 등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 가격도 수급 불안 우려로 가격이 폭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최근 한 달간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지는 등 글로벌 반도체주 모두 나락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한 달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고점 대비 16%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9%) 대비 부진한 수치다. 해당 지수 30개 구성 종목이 모두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평가했다. 신흥국(한국·대만·중국), 유럽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10%대 내림세를 보였다. 당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 퀄컴, 인텔의 주가도 내려갔다.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문제에 따른 반도체 경쟁력 악화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 22에 적용된 GOS 성능을 삼성전자가 고의로 저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발열을 낮추기 위해 화질을 강제로 낮추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GOS 논란은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번졌다. 발열은 제품 성능과도 밀접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사 애플은 자체 설계한 칩인 A15 바이오닉을 탑재한 저가형 아이폰을 내놨다. 아이폰8보다 처리 속도가 1.8배 빠르다.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최대 2배 더 빠른 그래픽 성능을 갖췄다.
애플은 저가 아이폰을 앞세워 동남아와 인도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이 전력, 발열, 배터리 효율 등에서 경쟁사들을 월등히 앞서는 성능을 보이면서 삼성보다 기능에서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확실한 지배구조도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억누르고 있다고 한다. 이재용 일가의 지배구조 체제 개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부터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물산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가 문제로 꼽힌다. 국회에 발의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불안 요소들이 남아있어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법안은 ‘취득 당시 원가’로 취급하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개정안을 통해 ‘현재 시가’로 규정하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은 약 30조원 넘는다. 3%를 훨씬 웃돌게 돼 삼성전자의 지분을 대량으로 팔아야 한다. 이때 지배구조 약화와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초과 보유한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올라서고 지주비율이 50%를 초과해 지주회사 전환이 강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낮을수록 삼성물산에게 유리하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또한 불안요소다.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사는 가용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잠정안에 따르면 보험사의 장기 보유주식에 대한 충격 수준이 완화됐다. 장기 보유주식은 회사별로 최대 1개로 운영할 수 있고, 매도하지 않고 최소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선진시장 상장주식’에서 ‘장기 보유주식’으로 분류하게 되면 위험계수는 35%에서 20%로 낮아지게 된다. 지난해 9월 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 38조원을 기준으로 위험액이 13조3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어 5조7000억원을 절감하게 된다. 부담은 줄었지만 삼성전자 주식 보유하면서 위험액이 늘어나는 것은 삼성생명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